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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Jan 04. 2021

골프 이야기-6

프로골퍼 최상호 인터뷰 1

                                                                                                                                                          

                            


  그가 떠난다. 떠나려 하고 있다.
골프를 하며 그는 평생 떠남으로 일관해 오지 않았을까?
골프를 하기 위해 떠난다. 전지훈련을 하기 위해, 경기를 치르기 위해, 가족과의 여행을 위해서.
떠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온몸은 떠남의 미학으로
눈이 부셔 온다.
 흔히들 골프는 세상을 논한다고 말한다.
지구 상의 수많은 스포츠가 존재하지만 골프처럼 매력 있고 골프처럼 인생과 흡사한 경기는 없다고 한다. 똑같은 경기란 두 번 다시없으며, 다른 스포츠와 달리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어 더욱 매력이 있다. 인생의 적령기를 지나 나이가 들수록 잔디를 누비며 우아하게 할 수 있는 스포츠는 단연 골프라고 생각한다. 생을 마쳐 눈을 감는 순간까지 할 수 있는 스포츠인 골프, 코스를 돌며, 인생을 논하기엔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
동반자들과 라운딩을 하며 사업을, 성에 대한, 여자에 관한,, 신에 대한, 진로를, 자녀들의 이야기, 돈 문제 등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그리고 순서대로 퍼팅을 한다. 퍼팅 뒤에 움푹 파인 잔디를 손질하고, 동반자가 멋진 샷을 날렸을 때에는 비록 라이벌일지라도 진심으로 칭찬을 하는 신사적인 매너도 다른 스포츠와는 다른 점이다. 
이처럼 아름답고 매력 있는 스포츠를 평생 직업으로, 떠남으로 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나이 최상호. 그는 한국의 대표 프로골퍼이다. 그를 만나 그의 인생, 그의 골프를 엿보고자 한다.
그도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가 보다.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염색하여 가지런히 빗어 넘긴 그, 이 봄날에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사무실로 성큼 들어선다. 겨자색 양복이 잘 어울려 중후한 멋까지 풍기는 그에게(프로골프협회 이사회 회의가 있었다)
"오늘 매우 바쁘신데 시간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무슨 인터뷰..."
"아니 벌써 무슨 은퇴를 하십니까?"
"1-2년 안에 그럴 생각입니다."
"골프라는 것이 다른 스포츠와는 달라서 나이와 상관없지 않나요?"
"아~아닙니다. 이제는 그만두어야지요."

톱스타 최상호는 이제 PGA는 자신이 설 무대라고 생각지 않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단신으로 만년 동안이던 그의 얼굴도 이제는 연륜이 깊어진 모습에 잔잔한 미소가 배어나고 있다. 흐트러지지 않는 표정과 특유의 온화함도 배어 나온다.


"골퍼들에게 있어서 사소한 행복은 무엇인가?"
최상호-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마음을 비운다. 겨울엔 몰라도 시즌이 시작되고, 요즘 같은 계절엔 잔디의 냄새까지도 마음에 푸르름으로 남는다. 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의 골프는 정말 환상적이다.
물론 잔디 풀잎에 맺혀 영롱하게 반짝이는 이슬방울 , 스쳐 지나는 바람결, 잔디에 스파이크가 부딪는 소리, 싱그러운 잔디 내음, 올려다본 하늘의 푸르름, 모든 것이 골퍼들에겐 사소한 행복이지요. 이 모든 것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며 골프를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다. 이런 것들이 다 행복에 속하지 않을까?
"골프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소설가 김주영 씨는 또 다른 나 자신의 존재라고 말을 했는데"
최상호- 골프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직업인으로서 최고의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군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프로테스트에 응시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실력만 갖고는 안 되는 일도 있었던 갓이다. 뉴코리아 동기생이 5명 있었는데 한 사람은 결국 PGA 프로 자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꾸만 떨어지니까 선배들이 차라리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하기까지 했다. 그가 단신인 데다 체력도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모든 것을 그만의 혹독한 훈련으로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무작정 프로골퍼가 되려고 선배의 캐디백을 매면서 골프의 길이 시작된 것 같다. 왜 프로 골퍼가 되려고 했나?"
최상호- 1968년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뉴코리아 CC에서 골프를 접하게 되었다.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이 길이 내가 갈 길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1,2차 때 무조건 20명씩 1년에 40명을 선발하지만, 당시에는 72홀을 돌아 일정 타수(아마도 4라운드 합계 294타 내인 것 같다.)에 들어가야만 하기에 경쟁 상대는 없었지만 코스만이 싸움의 전부였다. 6번 떨어지고 무려 7번이나 나가면서도 프로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결코 한 번도 없었다. 아마도 성격 탓이겠지만 초, 중, 고등학교 때는 특별한 아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공부를 썩 잘하는 재원도 아니었다. 연습생으로 들어가 설움도 많이 받았지만 '프로만이 살 길'이라는 것만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았다.


"뉴코리아 CC에서 연습생 시절 골프의 생각이 오늘날의 최상호를 있게 한 것이었나?"
최상호- 그때는 골프로 밥 먹고 살기도 어려운 시절이었다. 골프에 끌리는 매력으로 골프를 하기 시작했다. 코스를 돌며 연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선배들이 라운딩을 할 때 코스를 익히고 보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 밤에 남몰래 코스에 들어가 도둑 골프를 하기도 했다.
소문이 날까 봐 전전 긍긍하며 돌았는데 볼을 정확하게 때리지 못하면 볼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극도의 집중력을 요했다. 코스를 제대로 돌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샷을 할 때는 샷 하나하나에 혼을 불어넣을 정도였다. 이때 정신 집중을 하는 것과 마인드 컨트롤을 익힌 것 같다.


재능도 재능이겠지만 맨땅에서의 연습도 마다하지 않고 연습벌레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골프에 매달렸다. 골프는 흙바닥에서 연습할 정도로 내겐 기쁨이었다. 그렇게 연습한 것이 오늘날의 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서울 cc에서는 연습생들에게 흙바닥에서 연습을 시키고 있다. 처음부터 잔디에서 연습하는 것보다 맨 흙에서 연습하는 것이 기량을 높여 준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정확도와 훈련 강도가 달라지니까.
연습을 많이 해서 팔 길이가 키보다 크다는 최상호. 클럽이 귀하던 시절 연습용으로 쇠파이프의 손잡이 부분에 고무를 감아 스윙 연습을 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무게가 있어서 아주 좋은 연습용 기구였다는데, 볼을 많이 칠 때는 하루에 1300개 이상을 때렸다. 이 연습용 파이프로 팔이 쳐질 때까지 휘둘러 댔다. 이 탓인지 실제로 키(170cm)보다 팔을 늘어뜨린 팔 길이(176cm)가 더 길다. 요즘 골프 새싹들은 상상도 못 할 이야기다. 그토록 혹독한 훈련을 나름대로 했기 때문에 대회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 최다승(42승) 우승자로서의 전설을 만들어낸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2005.05 )




#golf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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