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신영 Jan 05. 2021

골프 이야기 -7

프로골퍼 최상호 인터뷰 -2

                                                                                                                                                           


                                            

가족... 그리고 여행


"최 선수도 가족을 첫째로 생각한다고 들었다. '구성' 바비 존스도 첫째가 가족, 둘째가 직업, 셋째가 골프라고 했다. 

프로골퍼인 최상호는 당연히 골프가 첫째라고 생각하지 않나?"
최상호- 아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가족이 우선이다. 특히 투어에 나가면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가족이 언제나 일보다 우선이다.


"요즘도 대회가 끝나면 가족 여행을 자주 하나?"
최상호- 여행은 지금도 자주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홍콩, 태국 등 동남아를 11일간 돈 적이 있다. 
아내와 아이들이 외국의 이색적인 풍광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이 아이들의 견문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된 듯하다. 
여행은 그저 떠나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겁고 기쁨을 주지 않는가? 특히 가족들과의 여행은 서로 간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아들들과 같이 다니기는 힘들어졌다. 
제대하고 복학해서 고려대학교에 다니는 큰 아들과 연세대학교에 다니다가 군에 입대한 둘째 아들. 
그러나 아내와는 여전히 여행을 잘 다닌다. 전지훈련도 같이 떠나고, 등산도 자주 하고, 바닷가를 좋아해서 바닷가 등지를 다닌다.


"최근에 다녀오신 여행지는 어디인가?"
최상호- 여행이지만 등산을 좋아해서 겸사겸사 지난번에 설악산엘 다녀왔다. 


"자제분들에게 프로골프를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했다. 취미로 골프를 하고 있는가? 또 부인의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 인가"
최상호- 아이들에게 취미로 가르치고 있다. 아직 실력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집사람은 90- 100타 정도이며 거리가 가까운 분당 쪽 레이크사이드나 레이크 힐스는 코스도 마음에 들어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술에 관한 단상


"술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다. 언젠가 대회 중에 술을 마시고 우승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 사연은?"
최상호- 여주 오픈(1978년 10월 18일- 22일) 때인 것 같다. 3라운드에서 66타를 쳐서 코스레코드와 데일리베스트를 한꺼번에 차지했다
그 바람에 특별상을 받았는데, 한 선배가 축하를 하며 한 잔 사라고 했다. 대회 코스가 여주 아닌가? 
신륵사 인근의 남한강가에 매운탕집이 있어 경기를 마치고 그곳에서 술 파티가 벌어졌다. 
다음날 최종일 경기가 걱정은 됐지만 축하자리를 피하기 힘들었다. 얼마나 마셨는지 선배의 등에 업혀 숙소로 옮겨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우승했다. 

이때 술에 관한 일화와 함께 '최상호의 술 실력이 그의 골프 실력'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여기서 국내 톱랭커들의 '술에 관한 이력'을 잠시 풀어보자.


최상호 프로의 말을 빌리면 '술을 잘 먹는 프로들이 실력도 있다'는 말은 낭설만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묘하게도 두주불사 형이 모두 톱랭커 자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술 실력만큼 끈질긴 생명력으로 탁월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까?
이른바 '술고래'들을 살펴보면 지금은 고인이 된 원로 골퍼 연덕춘 옹 이후에 골프사에 한 획을 그은 한장상 프로를 비롯해 최윤수, 조철상, 박남신, 강욱순, 최경주 등이 모두 '말 술'들이다. 최경주와 강욱순은 평소 절제하기 때문에 그들이 술꾼인 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마음 놓고 퍼마시면 술의 양은 아무도 못 말린다.
골프는 특히 18홀 내내 긴장을 하는 탓인지 목이 말라서 클럽 하우스에서 시원하게 캔 맥주를 들이켜기 쉽다고 한다. 맥주를 마시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돌아본 코스와 샷에 대해 잠시 반성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인데 최상호 프로는 한 번은 술 때문에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고 한다. 


최상호- 챔피언 시리즈 때의 일이다. 1983년에 창설된 챔피언 시리즈는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끼리 한 판 승부를 벌이는, 말 그대로 한 해의 왕 중 왕을 가리는 대회. 2라운드로 치러지기 때문에 하루만 잘 쳐도 우승 가능성이 있는 경기였다. 
첫날 박남신과 선두 다툼을 벌였다. 그런데 그날 저녁 당시 라이벌이었던 이명하의 아내가 서울에서 술을 담가 왔다. 
1라운드가 끝나고 술판이 벌어졌다. 최상호, 이명하, 박남신, 그리고 스포츠신문의 안모 기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술자리는 길게 이어졌고 입가심으로 2차까지 갔다. 결국 나와 박남신은 2일째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술이 깨는 바람에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술 때문에 부인과 다툰 적은 없는지"
최상호- 집에서도 자주 하지만, 과음은 하지 않는다. 그저 반주 정도로 소주로 즐긴다.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절제를 하고, 그래서 싸울 일은 없다.


아내, 나의 든든한 버팀목


"굉장히 가정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집안일을 돕다가 허리를 다친 적도 있다는데"

최상호- 아내가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가구 배치를 다르게 하고 있었다. 거들어 줄 일 이 없나 하고 찾아보니 무거운 가구가 있었다. 그것을 들다가 그만 허리를 삐끗했다. 직업의식이 발동했다. 몸을 다쳐서는 안 되겠다. 프로 골퍼에게는 당장 내일의 시합을 위해서라도 다치는 일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조심해서 큰 힘을 쓰는 일은 돕지 않기로 했다.


"한국 프로 골프사의 한 획을 긋는 인물인 만큼 닉네임도 다양하다. 포커페이스, 숏 게임의 귀재, 퍼팅의 달인, 독사, 독종, 악바리 등으로 불렸는데, 그중 독사, 독종, 악바리 같은 썩 유쾌하지 않은 닉네임에 부인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최상호- 전성기 때의 닉네임이다. 한창 잘 나갈 때에 붙여진 것들이고 괜찮다고,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내는 어떤 일이든 '좋다, 안 좋다'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다. 무던한 편이다.


"부부싸움에 대한 기억은"
최상호- 우선 직업 때문에 아내에게 지고 들어간다. 늘 집을 많이 비우고 투어를 다니기 때문에 내가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포커페이스는 경기 중에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기 중에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러나 실수를 두려워해서도 안 되며, 실수를 한 뒤에 정신이 산만해지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남은 홀과 샷만을 생각해야 한다. 비록 속으로는 애가 타더라도 겉으로 표시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샷 하나에 감정이 흔들리고 들떠서는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기 중에는 그래서 늘 표정관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작가의 이전글 골프 이야기-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