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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Jan 17. 2021

휴양림 숙박, 예약하기는 어려워

2018, 3, 2.

 매월 만나서 좋은 시 암송도 하고 다시 쓰는 시도 가끔 낭송하며 지내는 옛 문학 활동을 하던 동인들과

제주도를 가서 하루 묵고 오자. 좋다!. 총무를 맡고 있던 내가


 "우리 제주도 가서 점심 먹고  차 마시고 오면 어때요?"한 것이 휴양림에서 하룻밤 묵고 힐링하고 오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총대를 메고 전부 떠맡았다.

 제주도를 제외한 바다 건너 몇 나라엔 나가 봤지만 난 여태 제주도가 초행길이고 언제나 가슴이 두근 거린다. 제주도의 기사를 많이 읽으며 꼭 가야지 했지만 함께 갈 친구도 마땅치 않았거니와 가려던 시점에 나쁜 일(올레길에 여성 시신이 발견된 일로 연일 뉴스가 시끄러웠다)이 일어 난 제주도에 엄마 혼자는 안된다는 딸내미들 당부도 있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시일이 많이 지났다.


 드디어 제주도를 가겠다며 아침 9시에 예약이 오픈되는 서귀포 붉은오름 휴양림 숙박 시설을 예약하려 했으나 전국에서 몰려든 여행자들의 예약 접속으로 인해서 결재 순간부터 서버가 다운이 되어 버렸다. 큰 딸과 함께 각자의 방에서 동시에 접속했는데 한 명만 접속이 되어 다행이다 한 숨 돌릴 사이도 없이 결재 화면으로 닿기도 전에 다운이 된 것이다.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나는 계속 접속 시도를 해 보았으나 동그라미 점들이 뱅글뱅글 돌다가 통신접속 불가만 내 눈앞에서 어른 거린다. 그 창을 끄고 다른 창을 열려고 하니 아예 창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계속 클릭을 하니 "Bad Get  Way"라고 외친다.

 그 사이에 단체 톡방으로 상황을 중계하니 꼭 거기가 아니더라도 다들 숲길을 좋아하니 '저지오름'도 몇 년 전에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은 적이 있다며 그곳을 추천해준다. 다시 저지 오름 가는 방법을 검색하다가 공항과의 이동시간이며 도중에 둘러볼 곳이라도 있는지 알아야겠어서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관광정보센터에 전화를 했다. 휴일임에도 전화를 받고는 상세한 설명을 해주시는 정보센터의 직원이 참으로 고맙다. 모르는 것은 검색해서 폰에 답을 보내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고 나서 참으로 성실하게 답변을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하며, 저지 오름에 대하여 올려놓은 블로그를 검색해서 여기저기 기웃대며 열심히 읽어 보았다.


 대략 저지 오름이 어떤 곳인지는 알겠으나 내가 알고 싶은 공항에서 이동하는 시간과 주변의 맛집이 얼마나 있는지는 거의 나오지 않고 저지오름을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과 풍경 사진들로 꽉 차 있다.

제주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도 마찬 가지여서 일단 노트북을 덮고 머리도 식힐 겸 산책을 나섰다. 예약도 잡지 못하고 일도 진척이 되지 않으면서 오전 시간을 전부 소모해 버렸다. 아까운 휴일. 오늘은 손녀 율이를 봐주러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어서 율이 원피스라도 만들 요량을 하고 있었는데,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은 분명한 일. 집에서 가까운 공원을 돌고 와서 다시 노트북을 켰다. 즐겨 찾기에서 붉은오름 페이지를 클릭하니 홈페이지가 내 눈앞에 떡하니 펼쳐진다.


예약일자를 검색하는 창이 떴는데  날짜 칸마다 온통 붉은 열쇠가 단단히 입을 앙다물고 있다.

4월 23일을 찾아 내 눈은 빨리 움직였다. 원하던 6인실은 이미 붉은 열쇠로 모두 채워져 있고 7인실 딱 한 칸만이 푸른색 집 모양으로 나를 반긴다. 휴우.

날짜 칸에 클릭하고 그 이후는 일사천리로 이용료까지 전부 입금하고 나니 예약 완료! 다시 톡방에 사진을 올려 중계하고 저가 항공료 티켓을 검색했다. 항공권 티켓은 날짜별 시간대별로 가격이 전부 달랐다.

가장 무난한 시간대로 왕복 티켓을 예매하니 5명의 생년월일을 적어야 하는데 내가 다 알 수 없는 일.

톡방에 다시 생년월일을 물어보아 예매 완료를 하고 나니, 다시 렌터카를 검색해서 예약하는 일이 남아 있다. 이것은 나중에 하기로 한다.

3월 모임에서 의논해서 하기로 하고 잠시 미뤄두기로 마음먹었다.


 친정이 서울이라 서울, 부산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던 비행기. 예약 없이도 공항으로 가면 티켓이 있던 시대는 언제 끝났던 것인가? 전국의 휴양림은 숙박료가 저렴해서 인기가 많으며 예약이라도 하려면 모두가 기다렸다가 오픈하는 시간에 전부 클릭, 클릭을 하니 하늘의 별따기 이상이란다. 원래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해서 얘기를 나누던 중 12월에 다녀온 수필 쓰는 장선생이 저렴한 휴양림 숙박이 있는데 거길 알아보고 예약을 하라는 말에 귀가해서 인터넷 접속을 하니 4월 예약 창이 열리지 않아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매월 1일 9시에 오픈한다며 공실이 있으면 예약이 가능합니다. 하던 직원 친절한 말이 귀에 맴맴 돌았다.


 시대는 바야흐로 모든 것이 예약 시대로 바뀌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한동안 살아왔다. 일 년에 한두 번 식당 예약이나, 고속버스표(공항 나가는 것이 번거로워 KTX 기차를 타고 서울 오가던 것이 이제는 저렴하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갈 수 있는 고속버스로 대체 한지 몇 년 되었다. ) 예매 정도만으로 살고 있었으니 내겐 너무도 낯선 휴양림 예약이었다.

 그래도 어렵다는 것을 하고 났으니 지인들은 "역시 안신영!" "혼자 수고 많았다"며 톡방에 이모티콘으로

도배를 했다. 다섯 명 중 나이로는 네 번째인 나는 17년 전에 동인들을 버리고 서울로 이주를 했었다.  

그러나 학교 다니며 결혼 전까지 살았던 서울이었지만 너무나도 낯설고 힘들었다. 병원이며 시장이며 관공서까지 작은 도시에서 익숙했던 나는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다.


  옛 동인들에게 연락을 취해 나를 포함해 모인 다섯 명. 내 덕에  얼굴 보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우린 생각만 했지 전화 한 번 안 하고 그냥 잊지 않았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이렇게 모임이 된 것을 어찌나 좋아하던지. 아마도 나이 탓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중년에 만나 매월 한 편씩 시와 수필 쓴 것을  토론하며 동인지를 내던 때는 마음들이 한창 바빴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나부터도 아이들이 어리고 학생이었으니 지금보다는 할 일이 많았던 때라서 마음의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지도 교수가 정해놓고 하라니까  했던?

 

 이제는 귀밑머리 하얘져 염색을 않으면 안 되는 나이들이 되었고 뉘엿뉘엿 노을 지는 숙연한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오는 여유로운 여인들이 되었다.  

 "신영 씨 덕에 우린 너무 즐겁다. 고맙다."라는 말을 만날 때마다 듣게 되었다.


 경치 좋고 맛집 찾아 밥 먹고 차마 시며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시를 외워 낭송하기로 했다.  맏언니 격인 수필 쓰는 경숙 언니의 하모니카 지도를 받아들여 만나면 한 달 동안 외운 시를 암송하고 하모니카도 배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집 한 권을 암송하면 시를 쓰게 된다는 말을 해가며 어느 때는 각자 새롭게 쓴 시와 수필도 갖고 와 읽고 감상 평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휴양림 숙박시설 예약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의 글을 쓰다가 많은 이야기가 나왔네요. 호호호~.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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