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서 지상으로 유희하듯
느릿느릿 흐느적거리듯 눈이 내린다.
내리는 눈따라 내 걸음도 느려져
조선시대 양반님네 팔자걸음.
사뭇 느리게 마치 숨바꼭질하는 아이처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숨어버리지만
금세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눈.
너와 나 엮어 가는 삶, 우리의 인생이
잠시 내려 물로 변해
흡수되는 눈처럼이나 안타까워라.
이승에 잠시 유희하듯 다니러 온
그런 삶일진대
애달프다 할 수 없음이라 꾸짖음이여,
무에 목메어 울고, 잠 못 드는 밤일런가
이 아침 내리는 눈 형체도 없이 사라져
욕심의 마음을 내려놓으라 하네.
희끗희끗 회색빛의 아득한 저 풍경.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우리의 마음 되어 비우라 하네,
겹겹의 마음 벗어 놓아
가볍게 하라 하네.
잠시 다녀가는 나그네로 돌아가라 하네.
*photo by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