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만드는 것과 '나'를 만드는 것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맛있는 밥이 완성되기 전에는
다음의 순서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1. 쌀과 물과 불과 솥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2. 쌀을 정성 들여 물에 씻습니다.
3. 솥의 크기에 맞게 적당량의 쌀과 적당량의 물을 담습니다.
4. 불위에 솥을 얹히고 뚜껑 위에 적당량의 돌을 얹히어 솥 안에 적절한 압력이 가해지도록 합니다.
5. 열과 압력을 받은 솥 안의 밥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6. 부글부글 끓던 밥을 안정시키면서 밥에 숨을 들이기 위해 '뜸'을 들입니다.
7. 맛있는 밥이 완성됩니다.
준비된 기본적인 재료와 도구를 통해 우리는 필요한 목적의식을 통해 쌀을 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밥이라는 본질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 때문일지는 모르겠으나, '밥' 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우리의 삶이 '나' 로서 온전해지는 과정과 매우 유사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인류는 밥을 짓는데 필요한 도구와 재료가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알지 못하였습니다.
쌀을 재배하는 법, 불을 다루는 법, 압력을 다루는 법 등등
인류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당연한 지식이 되어버린 방법과 재료들을 가지고
쌀을 밥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 삶의 지혜들, 삶의 패턴들, 다양한 도구들, 등등등..
이 많은 것들을 당연한 듯 휘두르며 살지만, 이는 분명히 우리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누군가의
결과물 들일 것입니다.
우리 손에는 '나' 가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많은 재료가 있는 샘입니다.
물론 재료의 질과 수량, 다양성의 차이는 개인마다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통해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들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의 연속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임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유,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이 삶을 살아가는데 '나' 로서 온전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재료가 가득하고, 양이 많다고 하여 우리가 원하는 따뜻한 한 끼의 밥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잘 된 밥이라 함은 우리가 흔히 먹는 윤기가 흐르고 갓 완성되어 씹기에 부드러운 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잘 된 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를 가지고 적절한 물높이, 적당한 뜸, 압력, 불의 세기 등을 알아야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조절의 정도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쌀의 양, 밥 솥의 크기 등에 비례하는데
밥을 욕심을 내어 밥솥의 크기보다 더 많이 담을 수 도 없으며, 많이 만들었다 한들 적절한 양을 만들지 않고
본인이 다 먹지도 못할 양의 밥을 해봤자 남은 밥들은 버려지기 쉽습니다.
우리는 여러 번의 밥 짓는 행위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밥 솥의 크기를 알고,
내가 먹고자 하는 양을 알며, 그 양에 알맞은 재료를 준비하여 손질을 할 줄 알고,
밥을 짓는 순서를 인지하여, 적절한 불 조절과 시간 조절을 통해 맛있는 밥을 지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누군가 새로운 일을 할 때는 항상 밥을 처음 짓는 것 마냥
밥을 짓는 적절한 물높이, 적절한 양조절, 적당한 압력, 충분한 온도 등에 있어서
적절함이 어느 선인지를 모르게 됩니다.
밥을 지어보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고
그렇게 방법이 숙달되어 가는 와중에도
밥은 내부적으로 압력에 의해 부글부글 끓게 됩니다.
우리도 마찬 가지로 어떠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외부의 압력으로 쌀이 부글부글 끓는 것 마냥
여러 가지 압박에 시달리며 일정한 기간 동안 그 압력을 오롯이 견뎌야만 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밥이 완성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이 과정이 없이는 절대로 밥이 완성되지 않을 겁니다.
진밥이 될 수도, 꼬들밥이 될 수도, 생쌀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그러한 압력을 견디면,
우리는 그제야 '밥'이란 것을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라인을 만나는 것과 동질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쌀, 물, 압력, 솥, 불을 가지고
'밥'을 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어떠한 목표를 만들어 감에 있어서 시행착오는 반드시 필요하며,
방법을 알게 되어 밥을 잘 짓게 되어도, 밥이 완성되기 직전의
부글거리는 압력과 같은 고난은 오롯이 스스로가 견뎌야만 되는 것임을 안다면,
우리는 분명히 준비된 나를 위한 따뜻한 '밥'을 언제나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