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풍경 2

기쁜 인연

by 하로동선








혼자서 산 가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별명도 '독립꾼'이다. 그래도 산에서는 늘 누군가를 만난다.

인연이 되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아쉬움도 있고 상처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모두 ‘산’ 같은 사람들이다.


'기쁜 인연'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이 계셨다.

인연이라니, 그것도 기쁜!

참 부드러운 별명인데, 산은 정말 단단하게 탔다.

형님의 배낭은 만물상이었다. 내가 당연히 챙길 장비도 여분으로 가져오고, 부식도 늘 넉넉했다.

무거운 카메라를 단 한 번도 손에서 놓지 않는 습관도 형님께 배웠다.


같이한 마지막 산행이 10년도 넘었다.

산 인연을 산 아래까지 가져가지 말자는 고집으로, 생각만 하고 살다가,

몇 년 전 산에서 술김에 전화를 드렸다.

며칠 전에 만났던 사람처럼 얘기를 나누었지만,

조만간 산에서 보자고 말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건 둘 다 알고 있었다.


'기쁜 인연'. 이 골짜기도 형님이 먼저 다녀가신 모양이다.

이전 16화뽕배낭의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