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은 반성에서 태동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반성의 시작점은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나의 부모 세대부터 시작한다.
어느 부모의 삶이 고통스럽지 않겠냐만, 우리 부모 세대는 특히 고통스러웠다.
그들은 IMF라는 거대 불황의 그림자에 그대로 검게 물들여버린 세대였다.
나는 아직도 그 시절 아버지의 실패를 기억한다. 롯데리아에서 IMF 버거를 힘겹게 내게 사주셨던 그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뇌리 속에 갇혀 있다. 어머니는 인형 눈을 붙이며 그런 상황에도 희망을 보셨다.
그렇게 두 분은 나를 길러내셨다. 그건 나에게도, 부모님들에게도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돈 버는 일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노동 소득이요, 하나는 자본 소득이다.
소위 뼈 빠지게 일해 번 돈이 노동 소득이고 은행 이자 등이 자본 소득이다.
이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거기서 멈춰있다.
그리고 그건 거기서 멈춰있는 사람들의 잘못이 있다고 이제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부모 세대 노동 가치가 그들의 금융에 대한 무지와 순진함에 얼마나 겁탈당하는지를 아는가?
그들이 힘 겹게 번 돈이 저축은행 사태나 이기적인 은행/보험사의 꼬임에 사뿐히 사라진다면
꼬드긴 사람도 잘못이겠지만 당한 사람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견물생심이라고 도둑질 한 자가 잘못이지만 귀한 물건을 아무렇게 방치한 자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제 그들의 무지함. 순진함이 자신들의 노동을 폄하시킨다는 말의 뜻을 이해할 것이다.
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한 돈을, 코 베어가듯 앗아가도 모르고 있다.
나는 31살이 되었고 금융 지식적으로 뛰어나다 할 수 없지만 정말 암울하리만치 무지하며 그래서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단절된 친구들이 너무나 많다.
단연 교육이 부족이 원인이다. 오랜 세월부터 진행된 악순환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금융적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몰랐다. 왜냐면 그들도 교육받지 못했고 그래서 느낀 게 없었으니까.
교육 체계도 가장 중요한 경제, 금융 학습은 속 빼놓고 암기 따위나 강요한다.
이 나라 국민 금융 문맹률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명서 몇 개만 읽어봐도 나름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데
그런 책에 손대는 사람들이 주변에 보이는가?
내가 안타까워 읽어보라고 친구에게 나름의 명서는, 그가 일하고 집 오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물건 받침대가 되었다. 그런 행위 자체가 자신의 노동을 더 힘들게 하는 건지.. 그 악순환을 그는 알지 못했다.
예금 이자 세금으로 얼마를 떼 가는가?
친구들 6명에게 물어봤는데 한 명만 제대로 대답했다.
위 내용만 봐도 주식, 펀드 투자는 둘째치고 그건 위험하니 안전하게 투자해야지 하면서
자신들이 가입한 금융 상품에 대한 정보, 아주 기본적인 정보도 모르고 있으니.
그게 얼마나 딜레마인가?
아주 가끔은 그런 무지하고 게으른 사람들은 한 번쯤 당해서
자신으로부터의 성찰과 발전의 계기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세상은 무지한 만큼 무언가를 빼앗아 간다.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두 눈으로 온전히 바라봐야 한다.
나의 이십 대는 이런 진리와 반성을 몸에 각인시키며 보내온 시간이었다.
금융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면 영원히 십 대, 이십 대에서 그 사람은 멈춰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