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진로 Aug 23. 2020

책임감과 소통 얘기는 제발 그만

직무 역량 키워드가 너무 뻔한 당신에게

이 전 직장에서 교내 및 교외 인턴 지원 시즌이 다가오면 합격자를 선별하는 면접관으로 투입되고는 했었다. 조는 보통 3명에서 6명으로 구성되었고, 하루에 약 10조~11조 정도 면접을 진행했다. 적게는 30명에서 50명 넘는 지원자들을 30분씩 쪼개어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기가 많이 빨리는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 내에 공정하게 합격자를 선발하기 위해 온종일 집중했었고, 학생들이 더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면접이 끝나고 나면 짧게라도 개인별 피드백을 주었으니 지칠 만도 했다. 이렇게 스파르타식으로 면접을 마치고 나면 정말 '인사담당자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구나...'를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늘 학생들이 뽑힐 수 있도록 '코칭'을 해야 하는 취업 컨설턴트에게 '면접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업무상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공략해야 할 적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면접을 시작하면 으레 '1분 자기소개'부터 시킨다. 늘 준비도는 천차만별이었고, 스피치를 하는 스킬이나 가지고 있는 경험치도 개인별 편차가 매우 컸다. 그런데 그러한 준비도와 스킬, 경험치와는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보이는 특징이 있었다. 바로 '직무 강점 키워드'가 너무 중복된다는 것이었다. 대략 10명의 지원자의 자기소개와 직무 강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약 7명 정도 이상이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책임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저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매품도 있다. '신뢰, 경청과 공감, 꼼꼼한, 도전정신 ' 등의 키워드 들이다. 이 키워드들이 나쁘냐고? 그렇지 않다. 정말 좋은 단어들이고, 기업의 인재상으로도 많이 쓰이는 역량들이다. 하지만 지원자 중 70% 이상이 중복되는 키워드를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무리 사례와 경험치, 말하는 스킬이 뛰어난다고 해도 식상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에 쏙쏙 박히게 자신을 어필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소수인 데다 그들이 뻔한 키워드를 귀에 들리게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의 노력과 연습이 밑바탕 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보지 않고도 짐작이 가능하다. 우리도 그렇게 노력하고 연습해야만 할까?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들리도록? 이 질문에 대해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굳이 어려운 길을 돌아가지 말자. 키워드만 식상하지 않게 바꾸자'라고 말이다.



                          교육생들을 코칭하면서 비슷한 뉘앙스로 코칭을 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꼼꼼함'이라는 단어가 다소 식상할 수 있으니 표현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식으로 제안할 때, 학생들이 보였던 비슷한 반응이 있다.   

꼼꼼한 게 정말 제 강점인데, 그럼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ㅜㅜ


그럴 때 참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꼼꼼함'이라는 단어를 내뱉지 않아도 '꼼꼼함'이 느껴지게 만드는 유사 키워드들이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은데 말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SW 개발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기업 중 하나인 '라인플러스'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라인플러스'는 자사의 비전과 미션을 이루기 위한 'LINE다운 생각과 방식'을 11가지로 정리하여 'LINE Style Book'을 제작하였다. 누구나 다운받아서 볼 수 있는데, 한마디로 우리 회사에서 SW 개발자로서 일할 때 필요한 역량을 11가지로 정리해 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항목들을 한번 살펴보자.

[LINE다운 생각과 생각과 방식 11가지,  LINE Style Book ]


11가지의 키워드들을 한번 쭉 훑어 보았는가? 일단 뻔하게 느껴지는 표현은 하나도 없다. 신선하면서도 다채로운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저절로 눈길이 간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역량들이 기존에는 없는 완전 새로운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말하고자 했던 역량들을 LINE Style Book에서도 사실 비슷하게 말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이고, 색다르게 표현했을 뿐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03번 역량을 함께 살펴보자. 03번은 'Perfect Detail' 즉 '한 끗 차이'라는 사고방식이다. SW개발자로서 '한 끗 차이'라는 사고방식을 자세히 설명한 페이지를 정독해 보자.

[03. Perfect Detail, LINE Style Book]

여기서 주목해서 읽어야 할 문장들이 있다. '디테일이 다르다, 작지만 치밀하게 개선을 거듭할 때, 끝내주게 좋은 수준'과 같은 부분들이다. 이 표현들은 앞서 내가 뻔하다고 언급했던 '꼼꼼함'의 레벨 업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저 말이 '꼼꼼함'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도무지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SW개발자로서 저의 강점은 꼼꼼함입니다'라고 털어놓았던 대다수의 학생들이 근거로 이야기하는 사례들은 대다수 '디버깅, 테스팅 과정에서 꼼꼼하게 살펴서 실수가 없게 했어요'이다. 이런 친구들은 대부분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모르는 내용을 새로 학습하기도 하고, 날밤이 새도록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여 오류를 잡아내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게 바로  '디테일에 신경 쓰면서 개선을 거듭하여 끝내주게 좋은 수준'으로 만들어 냈으니 '한 끗 차이'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중간중간 보면 '커뮤니케이션' 이라던지 '도전' 이라던지 앞서 필자가 뻔하다고 했던 키워드들도 눈에 보인다. 그런데 단순히 '저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지원자와 '저는 팀원들과 함께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드백을 주고받으며 동기화하는데 집중했습니다.(07번 활용)'라고 말하는 지원자가 같게 느껴지는가? 어떤 지원자에게서 직무역량이 명확하게 느껴지는가? 누구에게 추가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은가? 당신과 나의 대답이 일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책임감과 소통 얘기를 멈춰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나에게 추가로 질문할 수도 있겠다. 그럼 그러한 역량 키워드들은 어디서 찾느냐고 말이다. 다음시간에는 그부분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커밍 쑨 - 




이전 04화 자소서에서 겸손한 발언을 멈추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