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자기소개서 시즌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 컨설팅을 하다 보면 종종 유사한 표현들이 발견되곤 하는데, 그 중 절대 쓰면 안 되는 몇 가지 문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표현은 바로 아래와 같다.
비록 제가 전공자는 아니지만
표현을 보면 알겠지만 비전공자 출신의 SW개발자를 희망하는 취준생들이 자주 쓰는 문구들이다. 유사품으로 몇 가지가 더 있는데 "비록 실무경험은 없지만"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엄청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비록 졸업 후 공백기가 다소 있지만"처럼 주로 '비록'이라는 표현과 함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겸손하게 표현하는 문장들이다. 겸손과 겸양은 정말 좋은 성품적 태도가 아니던가? 맞다.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그런 겸손, 겸양적 태도 자체는 좋지만 위의 소개한 표현들은 가급적, 아니 절대로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사용하지 않길 권장한다. 왜 그럴까? 오늘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일단, '비록 제가 ~~~~ 하지만...'과 같이 겸손한 문장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사용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흔히들 말하는 [실드치기]와 유사한 개념으로 보인다. 객관적으로 부족하거나 타 경쟁자와 비교했을 때 약점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평소에 얼마나 신경 쓰였으면 그러한 부분들을 먼저 언급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고자 했을까 안타깝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해당 표현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문장을 언급함으로써 단점이 오히려 부각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강사분들이 이 내용을 설명할 때 심리학의 개념 중 하나인 초두효과 논리를 많이 사용한다.
초두효과란 처음 제시된 정보 또는 인상이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위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사례가 있다. 애쉬라는 심리학자가 진행한 실험인데, 그는 사람들에게 두 명의 사람에 대한 정보로 ‘성격에 대한 묘사’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인상을 질문했다.
A는 ‘지적이고, 부지런하고, 충동적이고, 비판적이고, 고집스럽고, 질투심이 많은’ 사람이고
B는 ‘질투심이 많고, 고집스럽고, 비판적이고, 충동적이고, 부지런하고, 지적인’ 사람이다
A와 B중 누가 긍정적으로 느껴지는가? 만약 당신이 A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초두효과가 반영되어 정보를 인지한 것이다. 사실 A와 B에 대한 소개는 순서만 바뀌었을 뿐 동일하다. 이렇듯 사람은 초두효과라는 말 그대로 처음에 뇌에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입력된 정보보다 기억에 잘 남기 때문에 단점을 먼저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굉장히 근거있는 말이고, 또 맞는 정보이다.
하지만 교육생 입장에서 심리학 용어로만 설명했을 때 별로 와닿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맥락으로 설명하면 이해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약 2년 전쯤 찰떡같은 비유를 찾아내게 되었다. 바로 소개팅 상황이다. 필자는 지원자와 회사와의 만남이 서로 적합자를 찾는다는 점에서 남자와 여자의 소개팅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종종 면접 장면들을 소개팅에 비유하곤 하는데, 그렇게 할 때마다 어떤 심리학적 용어나 이론들보다 학생들이 훨씬 더 빠르게 이해했던 것 같다. 그러니 당신도 아래의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자.
좋으실지 싫으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글쓴이와 소개팅을 하게 되었다. 당신의 이름은 구독자이다. 소개팅에서 당신을 본 글쓴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꽤나 당신이 마음에 든다. 당신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어필하고 싶다. 그래서 고민하던 끝에 용기 내어 다음과 같이 말해보았다.
독자씨, 제가 비록 턱 밑에 엄청나게 큰 점이 하나 있긴 하지만,
저 정말 성격도 그렇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애프터를 신청해도 될까요?
이 말을 들은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 정말 글쓴이는 성격이 좋겠구나, 매력적인 사람이겠구나'라고 생각되는가? 아니면 '턱 밑에 점이 있다고? 얼마나 큰 점이 있는 걸까? '라고 생각이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턱 밑으로 시선이 가고 있지는 않은가? 아마 십중팔구는 후자일 것이다. 아니 후자를 선택한 당신이야 말로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선별적으로 나에게 위험 또는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골라서 경청하곤 하는데, 대게 긍정적 정보보다는 부정적 정보에 대해 더 크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약점을 오픈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저런 표현을 쓰다니... 상당히 겸손하고 정직한 친구인데?'라고 생각하는 인사담당자는 아쉽게도 단 1명도 없다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면접에서 물어볼 수는 있다. '왜 이렇게 전공 학점이 낮으시나요?' '관련 전공자가 아닌데, 어떻게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나요?' '그럼 00씨는 학업 외에 실무경험은 전혀 없으신 거네요?' '해당 프로젝트는 그럼 수상은 못한 건가요?' 등등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들은 잘만 준비한다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혹여나 면접에서 물어볼 경우를 대비만 해놓으면 그만인 것이다.
안 물어보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