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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세계 May 16. 2016

홍콩의 맛집들_1

홍콩의 기분_먹거리 특집(1)

홍콩은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다

고 익히 들어왔지만, 돈 몇 푼 없는 청년 여행자에게까지 그 미식의 세계를 마음껏 펼쳐 보여 주는 관대한 나라는 아니다. 그리하여 비록 미슐랭의 명예를 휘두른 레스토랑엔 가보지 못 했지만, 거리의 미식 또한 충분히 즐길 여지가 많은 곳이라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 한다.




노들노들 면발 음식들



好旺角 粥麵專家

(Good Hope Noodle)

'좋은 몽콕의 죽면 전문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완탕면 식당.


몽콕 야시장을 돌다 보면 골목 끝에서 끝까지 뻗은 야시장의 규모 덕에 쉽게 허기가 진다. 그때 야시장에서 한 골목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온갖 길거리 음식이 즐비한 식당가가 펼쳐지는데, 그 가운데 개중에 나름 규모가 큰 완탕면 집이 하나 있다.


메뉴는 단촐하니 완탕 몇 종류와 볶음면, 죽 몇 종류가 전부다. 종업원이라고 할 것 없이 사장님 내외가 나와서 손님을 반겨주는데, 저녁시간을 조금 넘기고 가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맛도 맛이지만 일단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빨라 마음에 들었다.


새우 완자의 맛이 일품인 새우 완탕면


두 가지 종류의 완탕면을 시켰는데 그중 하나가 새우 완탕면이었다. 맑은 완탕면 국물에 쫄깃한 완탕면이 중앙에 모아져 있고 가쪽에 새우 완탕 네 개가 얹어져 있었다. 우선 국물을 한 술 떠서 맛보았다. 진한 새우 육수의 향이 입안 가득 맴돌았다. 면을 먹기 전에 새우 완탕 하나를 집어 먹었는데, 그 향이 일품이었다. 새우 완자를 삶기 전에 완자 속을 따로 조리했는지 불맛이 확 느껴져 좋았다. 탱글탱글 씹히는 새우의 속살이 먹는 재미를 더했다.


쫄깃한 소고기 완자의 식감이 좋은 소고기 완탕면


두 번째 완탕면은 소고기 완자가 잔뜩 들어간 소고기 완탕면이었다. 보시다시피 국물에 고기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데, 국물 맛부터가 '고기고기함' 그 자체다. 새우 완자와 마찬가지로 소고기 완자 역시 국물에 넣어 삶기 이전에 어떤 조리를 한 듯했다. 식감이 묘하바삭하다가, 씹히는 순간 부드럽게 입안에서 퍼지는 것이 좋았다.


평소에도 기회가 되면 완탕면을 먹는 편인데, 그 이유는 면발에 있다. 이 식당의 면발은 현지의 완탕면이 이런 것이다!라고 자랑하는 듯한데, 특유의 꼬들함과 고소함이 잔뜩 배어있었다.


완탕면 사발의 크기가 작아 무턱대고 두 그릇을 시켰다간 큰코다칠 수 있을 만큼 양이 푸짐하다. 이 식당에서 직접 만드는 밀크티나, 홍콩산 레몬 사이다를 시켜 함께 마시는 것도 좋다. 단 맛이 강한 편인데, 현지 음료를 즐기는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勝香園

(Sing Heung Yen)

홍콩의 몇 안 남은 노점 식당


홍콩의 인사동이라 불리는 썽완의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노상에 자리를 펴 놓고 장사하고 있는 식당을 하나 만날 수 있다. 워낙에 줄이 길어 놓칠 수 없을 텐데, 줄 선 사람들의 출신으로 봐서는 외지인이나 현지인 할 것 없이 크게 환영받는 맛집인 듯했다.


재밌는 건 이 식당 바로 맞은편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국숫집(九記牛腩_KauKee)이 하나 있는데, 한 번의 홍콩 여행에선 양자택일을 해야 할 정도로 두 곳 모두 붐빈다.

 

라면에 토마토가 잔뜩 들어간 비주얼이 압권이다


메뉴를 보면 대략 토마토 라면은 기본이고 들어갈 토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구성이다. 내가 고른 것은 햄과 계란 후라이가 들어간 것이었는데, 이밖에도 베이컨이나 소고기가 들어간 것 등 토핑의 종류가 다양하다.


손님이 많아 주문을 하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라면이 도착하는데, 그 모양새가 참으로 독특하다. 벌건 국물에 으깬 토마토가 둥둥 떠있는 형상이라니(면발과 토핑은 토마토 아래에 있다). 잘 휘져어 한 젓가락을 듬뿍 뜨며 실소와 함께 입에 넣어보니 되려 익숙한 향취가 혀를 자극한다. 그저 재료 그대로 토마토 맛에 국수의 밀가루 맛과 햄의 맛이 함께 나는 라면이다..!


맛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한국의 음식 기준으론 별로라고 하겠지만 충분히 음미할 가치가 있는 맛이다. 토마토 스파게티에 국물이 많아 밍밍한 것 같기도 하고, 토마토 주스와 라면 사리를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어찌 상상을 해봐도 참으로 이국적이다.  


토마토라면 외에도 토스트나, 튀긴 번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라면 한 그릇도 양이 많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참고로 라면 사리와 마카로니 가운데 선택할 수 있으며, 홍콩의 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밀크티는 꼭 곁들여 먹도록 하자.



부록. 홍콩 맥도널드

의외의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해외여행 중에 꼭 한 번씩은 맥도널드에 들려 그 도시의 시그니처 버거를 먹어봤던 지라 비슷한 경우를 상상하고 맥도널드에 들렀다. 그런데 웬걸 홍콩에는 맥모닝 또한 색다른 메뉴가 있길래 주문했다. 이름하야 '마카로니 스프'다.


마카로니스프와 해쉬브라운 그리고 콜라


뜨끈뜨끈한 포장용기에 담긴 스프를 들고 자리로 와 앉으면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이 메뉴를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쉬브라운을 한입 베어 물며 조심스럽게 플라스틱 뚜껑을 열어본다.


마카로니 스프의 고운 자태


맑게 우려낸 야채 국물에 두둥실 마카로니 상당량과 살짝 그을릴 정도로 알맞게 구운 햄 그리고 후라이 모양으로 쪄 낸 급식용 계란이 그 자태를 드러냈다. 중요한 것은 맛일진대. 솔직히 야채로 맛을 낸 국물은 고소하니 속을 따뜻하게 하기에 안성맞춤이고, 마카로니와의 궁합도 은근 조화롭다.


잘 끓인 야채 국수를 먹는 느낌이랄까. 햄이나 계란은 패스트푸드의 명가 맥도널드 답게 짭조름하니 간이 잘 돼있어 삼삼한 국물 맛에 적절히 장단을 맞춰준다. 맛있다!




미식의 도시 홍콩에서 맛 본 저렴한 면요리들. 한 그릇이면 배도 부르고 현지 체험도 되고 그야 말로 식(食) 자체가 여행이 되는 소중한 음식들이다.


홍콩에가서 기회가 닿는다면 꼭 먹어보길 추천드린다. 다음은 면을 제외한 로컬푸드를 다룰 예정이다.


다음글. 홍콩의 맛집들_2


사진은 직접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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