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기분_먹거리 특집(2)
여기 소개된 음식점들
이 홍콩에서 대단히 이름 있는 맛집인지는 알 수 없다(아마도 유명할 것이다). 다만 나란 사람의 여행과 때와 장소가 맞아 마주하게 되었고 여행의 추억으로 남아 소개를 이어가려 한다.
분류할 수 없는 음식들
홍콩의 맛집들_1이 면요리를 다뤘다면 홍콩의 맛집들_2에선 면요리를 제외한 홍콩에서 먹은 모든 음식을 다뤘다.
頂好海鮮酒家
(Very Good Seafood Restaurant)
침사추이의 아침을 즐길 수 있는 식당
도깨비 여행으로 홍콩을 찾은 사람들에겐 식도락 코스를 잘 짜는 것도 좋은 여행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1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하루 세끼 풍족하게 로컬푸드를 즐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띵하오는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식당이었다. 일반 딤섬 전문점이 점심 이후에나 문을 여는 것에 비해, 이 곳은 아침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오픈 직후부터 홍콩에서 손에 꼽는 딤섬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서는 입구가 좁고 지하로 이어져있어 크게 분위기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식당으로 들어섰을 때 그 규모나 고급스러움(?)에 조금 놀랐다. 메뉴를 살펴보니 온갖 딤섬들이 아침 댓바람부터 상시 주문 가능하니 골라만 주십시오 하고 저마다의 명성을 뽐내고 있었다.
고심 끝에 샤오롱바오(大), 슈마이, 하가우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흐물흐물 전병님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짜샤이를 맛보니 이 곳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누가 그랬는데 짜샤이가 맛있는 식당은 다른 음식도 맛있다고 했다. 이건 참말인 듯하다!).
딤섬이 전반적으로 피가 쫀듯한 것에 비해 수분기가 많아 식감이 좋았다. 특히나 대왕 샤오롱바오의 맛이 일품이었는데, 숟가락에 샤오롱바오를 얹어 놓고 젓가락으로 피를 살짝 찢어내니 딤섬 안에서 돼지고기 육수가 마치 강줄기마냥 흘러나와 금세 숟가락을 가득 채웠다.
초간장에 젓가락을 몇 번 담금질하고, 흘러나온 육수와 섞어 간을 맞췄다. 그 위에 생강채 몇 줄기를 얹고 후- 후- 불어 뜨거움을 달랬다. 날름 한입에 먹기에 커 보였지만 두 입을 베어 먹는 것은 더욱이 번거로움일 것 같아 나눠먹지 않았다.
육수를 먼저 음미하고 채 그 고소한 것들이 목구멍을 넘어가기 전에 딤섬을 입에 넣었다. 찐득한 피의 식감과 야들야들한 속의 식감이 입안을 맴돌았다. 샤오롱바오 특유의 찌린(?) 내음이 끝 맛에 남아 여운을 남겼다.
홍콩에서 로컬푸드로 아침 식사할 곳을 찾지 못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이 집 완탕면도 맛이 나쁘지 않다.
太湖海鮮城
(Tai Woo Seefood Restaurant)
태어나 처음, 미슐랭 가이드 1스타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의 유명 식당 안내서로 잘 알려져있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의 여행안내책자에서 시작한 이 가이드 북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식당 가이드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프랑스어로는 기드 미슐랭, 영어로는 미쉐린 가이드가 올바른 표현이지만 한국에선 유독 미슐랭 가이드라고 부른다. 프랑스어와 영어가 혼합되어 잘못된 표현이라고들 하지만 관습적으로 인지 가능한 표현을 굳이 정정해 부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타이우는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하나의 별을 받은 이 분야 최고의 식당이다. 미슐랭 가이드가 부여하는 별의 의미를 잠시 짚고 가면, 별 하나는 그 분야 최고의 식당, 별 두 개는 가던 길을 우회해서라도 들려야 할 식당, 별 세 개는 그 자체로 특별한 여정이 되는 식당이다.
코즈웨이 베이에 위치한 이 식당은 눈데이건을 보러 갔다가, 발사가 끝난 직후 잽싸게 달려와 줄서면 딱인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이 있는 건물 9층에 내려(사람이 많아 내리기 힘들 수도 있다) 선자리에서부터 바로 대기하면 된다.
다행히 운이 좋아 앞선 단체 손님들보다 먼저 자리를 꿰차고 앉을 수 있었다. 영어로 된 메뉴판을 받아봐도 음식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아 종업원의 추천과 어디 미식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메뉴 위주로 주문을 넣었다.
결과적으로 베이징덕과 완전 튼실한 새우볶음 그리고 요상한 소스와 함께 쪄낸 랍스터 요리를 먹었다. 베이징덕은 껍질이 정말 바삭했는데, 빠삭- 하고 씹는 순간 사르르 녹아 사라져버리는 신비의 요리였다. 새우와 랍스터 등 갑각류 요리도 그 속살의 탱글함이 좋았다. 특히 랍스터 요리는 중독성 강한 소스와 함께 제공되는데, 처음 느껴보는 맛이라 그 소스의 원천을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 종업원들이 카트에 갖요리한 디저트들을 싣고 다니며 판매하는데 그 풍경 또한 재밌었다.
식당 뒤편 수조에는 요리에 사용되는 해산물들이 가득한데, 시간 내어 볼만큼 진귀한 녀석들도 많아 웬만한 아쿠아리움을 방불케 한다. 그냥 서성이며 구경하는 것이 민망하면 화장실 가는 방향이니 적당히 구경하며 지나갔다가 나오는 길에 한 번 더 보는 것도 방법이다.
Burger Room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다면
향취에 예민한 사람들은 타국의 현지 음식을 쉽게 즐기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내 코는 어떤 음식을 맛봐도 겨우 그 향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만 발달해 다행스러운 경우인데, 동생만 하여도 현지 음식들의 향취를 모두 감당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버거룸은 홍콩의 현지 음식이 안 맞거나, 질렸을 때 먹기 딱 좋은 그 흔한 수제버거 전문집이다. 가격대가 홍콩 현지 음식들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맛과 분위기가 좋아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
패티에 따라 버거의 종류가 다양하고, 모든 버거에 푸아그라를 추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랍스터 버거와 쇠고기 버거 + 푸아그라를 주문했다(병맥주를 곁들이는 건 필수다!)
랍스터의 경우 은근 가재살이 풍성했다. 버거에 들어가는 것이니 대충 다진 가재살로 패티를 만들었으리라 예상했으나 껍질만 벗겨낸 듯 모양까지 살아 있는 랍스터 한 마리가 벌거벗은 채 통으로 들어가 있다.
푸아그라 패티 역시 기대 이상이었는데, 겉은 강하게 익히고 속은 부드럽게 조리한 덕에, 쫀득한 겉면을 베어 물면 이내 육즙과 함께 부드러운 그것들이 물밀듯이 입안으로 쏟아진다. 잘 익은 쇠고기 패티와 갓 구운 햄버거 빵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저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 그 맛이 떠오르는 건 역설적이게도 버거룸의 수제버거다(아기 입맛이라 그런가...).
부록. Berliner Beer House
초대용량 모히또를 즐기고 싶다면
몽콕에는 Langham Place라는 규모 있는 쇼핑센터가 있다. 이 쇼핑센터 13층에 올라가면 내부 천정을 가짜 하늘로 꾸며놓은 스카이라운지가 펼쳐지는데, 온갖 나라의 선술집들이 모여있어 홍콩의 밤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자몽 모히또는 용량도 맛도 거대했다. 모히또 치고는 강한 도수와 모히또 치고는 너무 많은 양에 기겁했다. 이 집은 꼴레뇨(우리나라의 족발과 유사한데 겉을 바삭하게 튀겨 식감이 남다른 동유럽 요리)가 유명한지 앉은 사람은 죄다 돼지다리 하나씩을 뜯고 있었다.
저녁을 이미 먹은 터라 배가 불러 도전치 못 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뜯어보고 싶다. 유럽에서도 차일피일 미루다 못 먹었던 터라. 아쉽다!
여기 소개된 집들은 청년 여행자의 식도락으로 알맞은 곳들이니 비슷한 처지로 여행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꼭 이 식당들이 아니라도 식(食)은 여행의 아주 중요한 즐거움에 하나인 만큼 위와 장을 아끼지 말자.
다음은 홍콩과 관련된 마지막 글로 홍콩에서 먹은 군것질 거리들과 함께 홍콩에 대한 소회를 풀어볼 계획이다.
사진은 모두 직접 촬영했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