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안 Aug 21. 2020

이제  군대 보내겠습니다.

D-3


" 설마 울고불고하는 건 아니지?  어떤 엄마들은 그러더라고.   촌스럽기는..."


먼저 아들을 군대에 보낸  선배가 문자를 보내왔다.

선뜻 당연하지 라고 대꾸하지 못했다.

내가 그 설마에  속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촌스러운 사람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내색은 안 했지만 문득문득 머지않아 다가 올 아들과의  분리가  아무렇지 않을 수는  데다가   

어수선한  사회 상황들 마음을 시끄럽게  한다.

가장  애잔한  일을 하느라  밖에 나와 있으니  요즘 들어  제대로  끼니를  

챙겨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송별식이라는 명목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불러내  귀가가 늦어져서,  

내가  외출하는 아침 시간에  아들은 한창 꿈나라다.

그저   준비해  반찬을  꼭 찾아 먹으라는 당부가 내가  해주고 있는  전부

다른   같으면  이런  정도야  별 일 아닐 텐데  하필    책방 에  적응하느라 바쁜 이때에  

입대까지 겹쳐져서 속이  편치만은 않다.

행여나  먹는 게 부실하여  훈련에 지장을 받는 건  아닌지 어미 된 노파심이  계속 가시지 않는다.


그런 내 맘을 알아차렸는지

책을  정리하다가도  한 번씩  밥  먹었니 물어보면  자신이 요리한  음식 사진을  인증샷으로  보내주며  

절대  걱정 마시라 너스레  떨어다.

어릴 때부터 밥투정 모르던 아이는 자라서도  무슨 반찬이든  상관치 않고  

한 그릇 뚝딱이니  내게는  복이다.


결혼 후  다섯 번을 유산하고  만고 끝에 허락된 것이  이  아들이다.  

너보다 앞서서 한 명만 태어났어도 너는  세상 구경 못했을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해주 하지만

이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기간 동안  애타던 우리 부부의  심정을  어찌 말로 할까.

부모의 자리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온  마음을 쏟아야 하는  섭리인지 깨우쳤으니

나를 가르친  스승 같은  자식이하겠다.




어느 날  아들이  사진을 함께 보자며 아빠 엄마를 부른다.

무슨 인가 싶어  가보니  언제 찍었는지 우리 부부의  뒷모습만 담은 사진들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둘이  손잡고  걸어가며  함께 웃고,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함께 울고,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함께 수고하고, 요리를  해서  서로 먹여주고  나누는  뒷모습을  언제부터 인지  조용히 담아왔던 모양이다.

순간  놀라기도 하고  당황도 되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행여나 부모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실망하고 상처 받을 만한  일들이 있었다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퍼뜩 들어서이다.

자식이  부모의 거울이고 , 항상 우리의 뒷모습을  보며  그 발자국을  따라온다는 것을  

까먹고 살 때가 많지 않나.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보며  우리 부부는 서로의 눈을 응시해본다.

그리고  말없이  고맙다는 미소를  지어준다.

앞으로도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  

나의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살아가자고 남편과  손가락 걸었다.




렇게  곁에서  부모 성숙한 어른이 되도록 이끌어 준 아들이  곧 군대에 간다.

물론  시간은 흘러 얼마 후엔 휴가도 나오고 결국 제대도 하겠지만  

단순히  물리적인 기간 동안 떨어져야 하는  애틋한 심정을 말함이 아니다.

이제는 그야말로   사람의  성인, 나의  아들로만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한몫을 담당하고  

더  나아가서  소중한 가정의  남편이며  아버지가 될  어른으로 잘 자라 준 감회가  군 입대를 계기로

밀려오는 것이다.

자녀를 키운다는 건  내 품에서 멀어지는 뒷모습에  매일  조금씩  익숙해지는  일이라고 했던가.

나도 어느덧 그 익숙함의  어디쯤에 다다르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마땅한 생의  순리이고  순환의 이치일 것이다.


아들을  이제    손길이 닿지 않는 그 만의  세계로  격려해주며 보내야겠다.

부디 그곳에서도 지금처럼 잘 성장해 주길.

아들은  군 입대를 하면서도  나를 또 가르치고 있다.


"울기는 무슨~

  아들  군대 보내는  여자야"


선배에게 대꾸해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돈 없는 정우성과 사는 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