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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Dec 04. 2020

지구가 둥글다면

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자기야, 술 좀 그만 마셔. 그래, 당신이 말하던 대문호 나부랭이들, 마약이나 들이부으며 `어차피 우리 인생은 끝이야. 즐겁게 살자고. Simple is best! '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사람들과 우리는 다르잖아. 우리와 그들과의 관계는 잠시일 뿐이고, 어쩌면 그들은 잠시도 아닌 잠잠시 일수도 있다고. 그들도, 그리고 또 몇 명도 아니, 꽤 많은 당신의 그런 비즈니스 친구들은 당신을 그냥 이용하는 거뿐이야. 이건 그냥 상품이라고. 나는 진심으로 당신이 걱정돼. 당신이 굳이 그들에게 이용당하며, 혹은 당신이 이용하며 그 바닥에 있을 필요 없잖아.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지 않아? 제발 좀 정신 차려. 나는 이제 매일같이 병신처럼 술 마시는 당신이 이젠 힘들어."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응? 음... 아, 그렇지. 그래. 그래. 귀찮은 일 투성이지. 유명해진다는 건. 일차적으로 내가 먹고 싶은 떡볶이도 타인의 시선을 느끼며 먹어야 한다고. 게다가 전 세계 어딜 가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무언가 하고 싶어 해서 일 투성이야. 지긋지긋해. 매니저가 피곤할 정도로.  차라리 술을 잔뜩 마시고 나몰라라 하면 좋을 텐데 말이지. 뭐 약속은 약속이고 난 양심상 그걸 지켜야 한다고. 아, 참. 이틀 전 당신에게 선물해 준 악어가죽의 에르메스 버킨도 중동의 어느 왕족 친구에게 부탁한 거야.  당신도 내 덕에, 아니 그 친구 덕에 파리 오페라가의 에르메스 별실에 들락날락거리면서 인스타그램용 허세도 피우도 옷도 좀 팔고 있다며? 당신의 행복은 그 정도 아니야? 키는 185cm 내외, 그리고 늘 당신의 포커스 존 안에 있을 것, 물론 한 달에 5~6,000만 원 정도 버는 건 옵션. 집 안이야 뭐. 나는 그 조건에 맞춰 충실하게 당신 옆에 있고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 심지어 당신의 인스타 팔로워, 좋아요 늘려주는 마케팅 회사까지의 비용까지 내 돈으로 내고 있잖아. 그런데, 이제 진심? 좋아. 나는 모든 걸 그만둘게. 당신만 위해서 살게. 그게 될까? 당신 가능해? 병신 같은 샤넬부터 루비통, 질 산더, 알마니, 지긋지긋해. 그런 브랜드,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당신이 미친 듯이 사 와서 내 옷장에 가득 쌓여있다고. 그런데 정작 당신이 판매하는 당신의 그 동대문 브랜드, 열심히 만들었다고는 하나 결국 동대문에서 받아다가 로고 붙이고 단추 한두 개 정도 바꾸는 당신 브랜드의 옷들... 당신이 피팅하고 사진 찍을 때 말고 입은 적 있어? 나는 좀 그건 이해가 안 된다고. 허세 부릴 때는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고 다니며, 판매할 때는 당신의 브랜드? "

 그녀는 그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녀는 화가 나기보다는 그가 너무 사랑스러워졌다. 그녀는 라오스의 프라이빗한 호텔에서 그를 으스러지게 안는다. 그는 짧게 신음한다. 그녀는 알고 있다. 이 여행 뒤에 그들은 보지 않을 것을. 그리고 그는 알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그녀가 그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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