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늘 Nov 24. 2020

원더풀 맨

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사람 중 두 번째로 위대한 사람은 바로 그레이트맨이다. 이름이 그를 그렇게 만든 건지, 그가 스스로 그의 이름을 그렇게 위대하게 만든 건지는 내가 그를 알기 전의 일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는 늘 그레이트 했다. 그를 만난 이후 내가 그레이트 하다고 생각했던 위대한 게츠비와 위대한 레보스키, 멋지다 마사루 그리고 그레이트 마징가도 나의 그레이트 순위에서는 그에게 밀렸다. 그의 그레이트 함은 정확하게 하루에 딱 백 번만 보인다는 것이 더 놀랍다. 예전에 그와 농구할 때 그는 그레이트 미들 슛 24번과 17번의 그레이트 드리블, 그는 38번의 그레이트 덩크를 꽃아 넣었다. 점프하다가 잘못 떨어진 그는 발목이 부러지자,

"어때, 아프니까 청춘이야. 그레이트."를 외치며 주변 친구들에게 그레이트 미소 11번, 그리고 홀로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그레이트 한 모습을 보이며 사라졌다. 아, 나머지 10번의 그레이트 한 모습은 어디 있냐고? 운동 전 스트레칭 그레이트, 반칙한 상대 선수 일으켜주기 그레이트, 큰소리 기합 넣기 그레이트 등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늘 긍정적인 사람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내가 빌어먹을 여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그는, 

"세상의 반은 여자야. 그리고 걔는 어차피 네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나던 바람을 피웠을 거라고. 그레이트. 아무렴 어때. 그 친구도 그 친구 나름대로의 인생이 있는 거라고. 지금 네 꼴을 봐. 나라도 너 같은 찌질이와는 연애하고 싶지 않아. 세상은 그레이트 해. 네가 강하면 되는 거야. 그레이트."

라고 내게 말했다. 다른 이가 말했더라면 주먹으로 콧등을 정확하게 때려 기절시키고 싶었겠지만 왠지 그레이트맨의 말은 그레이트 하게 느껴졌고, 심지어 나는 그의 앞에서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펑펑 울었다. 나중에 내 엑스 여자 친구의 바람 상대가 그레이트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오히려 그들의 행복을 그레이트 하게 축복해줄 정도였다. 나는 그의 그레이트 함을 무척 동경했고 나 또한 그레이트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처럼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처럼 되기 위해 많은 자가당착에 빠졌고, 최근 들어서는 거의 그레이트 한 폐인이 되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나를 수렁에서 건져내 준 것은 결국 그레이트맨이 아니었다. 내 인생 위대한 순위 1위에 빛나는 원더풀 맨이었던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강한 사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