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뉴욕은 아는 만큼 많은 것이 보이는 세계 최고의 거대한 허세 도시야.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앤디 워홀이나 바스끼아, 패션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물랭부터 시작해서 패션을 대표하는 학교인 파슨즈,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디 앨런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여러 샐러브리티들, 단단하고 묵직한 건물들과 짧은 역사를 지닌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게다가 가슴 아프지만 9.11 테러까지. 그래서 뉴욕이라는 도시는 어찌 보면 사람의 욕망을 극단적으로 반영하는 도시일 수도 있을 거야. 그래서 난 꼭 뉴욕에서 성공하고 싶어. 아, 걱정 말라고. 일 년이면 충분해. 당신도 알다시피 뉴욕에는 제법 잘 나가는 친구들도 많고 내 작업들도 꽤 인정받고 있어서 나는 금세 자리를 잡을 거고 그때까지 뉴욕 맨해튼 거리의 적당한 방에서 곧 우리는 함께 할 수 있을 거야."
그와 나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는 그의 꿈을 향해 뉴욕으로 건너갔다. 나는 이 곳에 남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던 전화는 점점 뜸해졌고, 어느새인가 가끔씩 하는 하는 그와의 통화에도 그는 말보다 한숨소리가 많았다. 어떤 때는 한숨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그가 전화를 하다 잠이 들어 코를 고는지 착각을 할 정도였다. 그러던 그의 연락은 어느새 끊긴 지 두 달이 지났고 나는 더 이상 그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는다. 어차피 나는 많은 것을 알 필요도 없고, 사람들 앞에서 아는 체할 필요도 없다. 나의 행복은 그저 지금처럼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천천히 걸어가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