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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Jan 26. 2021

브런치

마늘 단편 - 맛없는 맛집 소설 






 늘 사람으로 붐벼야 할 meierei im stadtpark 안은 웬일인지 한산했다. 큰 윈도 밖으로 보이는 공원에는 오전부터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부터 건강을 위해 아침부터 뛰고 있는 사람들 등 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상황들이 보였다. 햇살이 잘 드는 창가 자리였고 봄날의 따스한 기운에 한 시간 정도 자리에 앉노라면 졸음방지 껌을 5개 씹고 헤어진 엑스가 허벅지를 수차례 꼬집어도 잠이 올 수밖에 없는 날씨였다.


"브런치란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를 대신해 그 시간 사이에 먹는 식사를 말하곤 해. 19세기 말 영국에서 처음 생겨난 것이고 1930년대에 미국에서 유명해졌어.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 먹는 음식 혹은 식사를 이야기해. breakfast와 lunch를 합친 단어야. 지금처럼 샤르도네나 가벼운 칵테일 같은 것도 곁들여 먹기도 하고. "


그는 마치 앞에 여자 친구라도 있는 듯 2인석 테이블의 맞은편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보통 계란이나 소시지, 베이컨과 햄, 과일, 와플, 페이스트리, 스콘, 팬케이크 등이 나오는 게 보통이야. 조금 전 이야기했듯 가벼운 알코올 음료를 곁들이거나 소프트드링크를 곁들여도 좋지. "


누가 봐도 사랑하는 여자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앞 쪽 의자 그의 눈높이에 눈을 고정하고서 혼잣말을 하고 있었지만 meierei im stadtpark에 있는 그 어떤 사람도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고는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서 능숙하게 와플을 잘라낸다. 그리고는 잘라진 와플의 작은 부분을 포크로 집어 입에 넣는다.


"훌륭해. meierei im stadtpark는 유제품을 베이스로 한 브런치가 유명한데 이 곳의 와플은 그 생각을 뒤집어 놓을 정도로 훌륭하다구. 너무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극적이지도 않아. 카피보다는 확실히 우유와 잘 어울리는데 샤르도네보다는 시큼한 향이 올라오는 프레세코나 묵직한 소비뇽 블랑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아."


 그는 와인을 한 잔 마신다.


"브런치는 신조어라고 할 수는 없어. 정확히는 1896년 옥스퍼드 사전에 처음 등장했을 정도로 오래된 조어라고. 정확한 어원을 주일 아침에 미사 또는 감사 성찬례를 드린 후 조금 빠르게 점심을 먹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해. 하지만 최근에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배가 고프니 점심 전에 일단 배라도 채우자라는 의미가 더 강해졌다고 하더라고. 사실 브런치라는 말은 게으른 사람들이 아침, 점심을 그냥 한 번에 챙겨 먹는다는 뜻이 강했는데, 그게 어느새 , 아니 특히 몇 곳의 나라에서는 좀 허세스럽고 사치스러운 표현으로 쓰인다고 해."


잠시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양손에 깍지를 낀 뒤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허세스러운 브런치 음식점들이 많이 늘었지. 어찌 보면 이 곳 meierei im stadtpark 도 마찬가지라고. 기껏 브런치가 40유로? 이 금액이면 김밥을 20줄 먹을 수 있는 돈이라고. 아, 물론 비싼 만큼 분위기도 좋고 맛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아. 게다가 아침, 점심으로 충분하게 훌륭한 영양소들이 밸런스 있게 제공되지."


그는 잠시 창밖을 본다. 마침 커플 러닝복을 맞춰 입은 듯한 남녀 두 명이 창문 옆을 뛰어서 지나간다. 그는 그 둘이 그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부러운 듯이 쳐다본다.


"우리도 저렇게 뛰어 본 적이 있던가. 오늘 같이 볕 좋은 월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함께 러닝을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우리도 함께 한 시간이 무척 많았던 것 같은데 왜 이리 함께 못해본 것들이 많은지. "


그는 계속 독백을 하고 있다. meierei im stadtpark 안에 있는 그 누구도 그가 있던 빈자리를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누구의 눈에도 그와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그 테이블에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그의 독백과 햇살에 반짝이는 두 개의 빈 의자만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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