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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Jan 06. 2021

어머니의 겨울

마늘 단편 - 맛없는 맛집 소설







 그가 ABAC 레스토랑을 처음 찾은 그 날은 하필 눈이 많이 온 날이었다. 눈이 거의 오지 않기로 유명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눈이라니. 전 날 새벽부터 내리던 눈 탓에 이른 아침부터 뉴스에서는 폭설로 인한 피해와 그리고 제설작업등에 대해 연신 떠들어 댔다. 그 역시 호텔에서 아침 일찍 나오며 버스 등은 많이 막힐 거라 지하철이나 걸어가는 게 더 빠를 것이라는 호텔 지배인의 조언에 따라 예약해둔 ABAC 레스토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가 묵었던 호텔에서 걸어서 1시간 40분 정도 거리에 있은 ABAC 레스토랑은 그가 10여 년 전부터 무척이나 가보고 싶어 했던 레스토랑이었다. 예약이 쉽지 않은 데다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올 일도 거의 없던 그에게 우연찮게 기회가 찾아왔고 그래서 그는 오늘의 점심식사에 대해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점심 예약시간은 12시. 그가 호텔에서 나선 시간은 오전 9시다. 그는 생각했다.

 '바르셀로나의 거리 이곳저곳도 구경하며 천천히 식당까지 걸어가면 배도 꺼지고 그러므로 식사도 더 맛있게 할 수 있겠지.'

나름의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는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를 켜서 ABAC 레스토랑 쪽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한다. 10여분 걸었을까, 여러 사람들이 원을 그려 거리에 서 있었다. 웅성웅성대는 소리도 들리고 해서 그는 무슨 일이려니 하는 생각에 그곳에 가까이 접근했다. 그곳에는 나이가 제법 든 듯한 할머니가 끙끙 거리는 소리를 내며 거리에 누워있었다. 오른쪽 팔에 천사문신이 그려진 구릿빛 피부의 한 사나이가 그녀의 몸을 막 일으키고 있었다. 아마도 그 할머니는 가엽게도 눈 길에 넘어진 것 같았다. 그가 그 할머니의 얼굴을 보니 오른쪽 뺨에 점이 있고 한쪽에만 쌍꺼풀이 있는 게 그의 어머니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는 다시 ABAC을 향해 걷기 시작하며 어머니가 생각났다. 어머니에게 전화해 볼까 하다가,

'별 일이야 있겠어?'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켜 그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도시인 서울의 뉴스와 날씨를 봤다. 서울도 오늘 폭설이었다고 한다. 이 곳 바르셀로나처럼 전 날 내린 눈으로 많은 시민들이 교통에 불편함을 겪고 있고 사고도 많이 났다고 한다. 그는 다시 어머니가 생각났지만 어머니에게 전화하기보다는 그가 여행 온 이 곳, 바르셀로나 도시의 구석구석을 눈에 더 담기로 한다. 30여분 걸었을까, 그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인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웬 할아버지가 빨간불인데도 길은 건너는 것이 아닌가. 그가,

"저기요, 위험해요!"

라고 소리를 쳤지만 이미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오토바이와 할아버지는 부딪쳤고 할아버지의 몸은 2M 정도 공중으로 붕 떴다가 떨어졌다. 그 찰나 눈 위에서 미끄러진 오토바이는 운전자와 분리되며 인도 위로 올라갔고 헬멧을 쓰지 않은 운전자는 눈 위에서 5바퀴 정도를 구른 뒤 죽은 듯 엎드려 있었다. 주변의 차들이 모두 정지하고,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달려갔다. 경찰이나 구급차를 부르려고 전화하는 사람도 보였다. 그 역시 파란불이 켜지자 맞은편의 그들에게 갔고 그들을 살폈다. 외국인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그가 그들을 도와줄 방법은 기도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는 그들의 앞에서 최근에 그의 죄를 모두 사해 주신 하느님께 기도를 하려 하는데 할아버지와 여자 오토바이 운전수의 얼굴이 왠지 낯이 익은 것이 아닌가. 머리가 하얗게 백발이고 매일 같이 술을 마시는지 벌건 코, 목 뒤에 있는 점이 그의 아버지와 비슷했다. 그리고 오토바이 운전수는 최근 보라색으로 염색하고 왼쪽 귀에 검은색 피어스 세 개를 박고 있는 그녀의 동생과 무척 비슷했다. 그는 너무도 놀랐고 하편으로 그의 아버지와 그의 여동생이 생각나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꼼꼼히 살폈는데 다행히 그들은 그의 아버지, 여동생과 닮은 사람들이었을 뿐이었다. 서둘러 기도를 마친 그는 그 자리를 떠나서 다시 ABAC로 걷기 시작했다.



미완의 글.

올해 안에 완성 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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