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단편 - 걸어야 보이는 거 많은 것들
올해만 12개의 가방을 샀다.
아크테릭스 가방 3개,
노스페이스 가방 3개,
Y3 가방 2개 (사실은 모두 생일 선물 받았다.)
에르메스 가방 1개,
잡다한 에코 백과 가방 2개,
올해 만도 충분하게 가방을 많이 사서, 그래서 얼마 전 찾은 삿포로의 스노우피크 매장에서 우연찮게 본 이 가방은 보기에 무척 마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들어만 보고 난 뒤에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호텔에서 잠이 들기 전에 이 가방이 계속 눈에 아른거리고 꿈에서도 나왔다. 꿈속에서 이 가방을 가지고 있는 나는 가방을 낙하산처럼 이용해 건물에서 뛰어내려 바람을 즐기며 패러글라이딩? 도 하고, 악한들에게 쫓기는 상황에서는 이 가방 안에 들어가 악한들의 습격을 피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굴이 기억에 나지 않는 꿈 속에서 사랑에 빠진 한 여자에게는 이 가방을 모자처럼 쓰고 고백을 했는데 그 여자가 가방을 모자로 쓴 나의 모습에 반해 밤새 가방을 머리에 쓰고 사랑을 나누기도 했다. 이런 꿈들이 너무 생생하게 며칠간 이어졌고 그래서 나는 이 가방을 사러 다시 스노우피크를 찾았다. 다시 들어도 보고 지퍼나 마감이나, 포켓등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내가 어떻게 쓸 수 있는가를 고민한 후 가격도 다시 한번 따져본 후 구입을 하기로 결정했다. 구입을 고민하는 내내 나에게 담당된 스탭은 이 가방에 대해 칭찬 일색이었고, 테스트 삼아 가방을 메본 나에게 이 가방이라면 머리에 모자처럼 써도 원하는 이성들을 얼마든 지 꼬실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 말에 현혹된 건 아니었지만 결국 스노우피크의 이 가방을 구입했고 스탭에게는 바로 들고 갈 수 있게 택을 제거해 달라고 했다. 계산을 마친 뒤 방금 전까지 들고 있던 가방을 이 가방에 통 채로 넣은 뒤에 스노우피크 매장 밖으로 나왔다. 이 가방을 머리에 쓰지 않아서 인지 눈썹 옆에 점이 있고 작고 하얀 얼굴의 귀엽게 생긴 스탭은 나를 따라 나오지는 않았다. 삿포로와 북해도에서 남은 10여 일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소재와 무게가 완벽했던 (정말 가볍다) 이 가방은 여행을 하는 내내 정말 편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이런 형태의 토트백은 모두 팔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싶을 정도로. 진한 매트 블랙의 색감도 좋았는데 마침 삿포로에서 구입해 온 휴먼메이드의 삿포로 한정 흰 곰 키링과 휴먼메이드의 베이지색 카라비너가 잘 어울릴 것 같아 한쪽에 달아주었다. 이렇게 달아주면 가방을 메거나 할 때 키링이 보이게 매고 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는데 한 편 그것이 장점이 될 때도 있다. 한국에 돌아와 이 가방에 대해 좀 찾아보니, AC-24AU410 이라는 제품명으로 일본 스노우피크에서 제조된 가방이다. 한국에 있는 스노우피크 어패럴은 사실 대부분 OEM으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아니 디자인되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이 가방은 한국에서도 약 10- 15% 정도 정가보다 더 지불을 하면 구매대행도 해주고 있다. 블랙컬러 외에 카키색 컬러도 있다. A3 정도 수납이 가능하고 발수도 되며 립스톱소재에 크로스로 매고 다닐 수 있으며 건조한 질감과 다양한 물통 포켓이 있다는 것, 일본 스노우피크 어패럴에서 구입하는 몇 가징 종류와 함께 도킹해서 멜 수 있다는 것 정도가 되겠다. 가방에 대한 제원 등도 파악했고 하니 날 좋은 오늘은 슬슬 머리에 가방을 쓰고 밖으로 나가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