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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늘 Nov 15. 2019

맛없는 맛집 소설 - 뉴욕 통닭

마늘단편 - 대구 뉴욕통닭


 어릴 때부터 뉴욕을 무척이나 동경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미 오십 살이 넘은 나이였지만 아직까지도 뉴욕에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더 뉴욕에 대한 정보에 해박해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브로드웨이의 크고 작은 뮤지컬부터 브루클린에 그려져 있는 그라피티와 자유의 여신상 같은 관광명소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고 다녔다. 그가 단 한 번도 뛰어본 적이 없는 센트럴파크의 조깅 루트까지도 그는 통째로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그의 뉴욕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자식들에게도 이어졌는데 그는 그의 아들의 이름을 <뉴사>, 딸의 이름을 <욕랑>이라고 지어 초등학교 내내 친구들의 놀림을 받게 만들었다. 그의 아내는 자식들의 이름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가출을 세 번이나 했고 그래서 그가 중학교 때 바꿔준 자식들의 이름은 <뉴미>, <욕싱>. 그의 아내가 그 일로 열 번을 가출하고 슬슬 따뜻한 햇살 속에서 낮술을 즐길 때 즈음 그는 마지막으로 자녀들의 이름을 <뉴최>, <욕고>로 바꾸어 주어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에 대해 포기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해 주었다. 그가 오십 살이 넘도록 그토록 가보고 싶어 했던 뉴욕을 못 가본 데는 이유가 있다. 이유는 그가 비행기 공포증과 물 공포증이 있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이 비행기 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신혼여행 때 제주도 가는 비행기에 탑승해 자리에 앉았을 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이렇게 죽으면 어쩌나 정도의 생각이 들었었는데, 비행기 기장이 이륙 안내 멘트를 시작할 때 그는 그도 모르게,

"아직, 아직이요!!! 아직이라고요. 통닭은 아직인가요? 아니!!! 전 후라이드를 좋아해요!!!"

 라며 횡설수설 소리를 질러댔고 결국 예쁘게 옷을 차려입은 그의 아내와 그는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려 동성로 월세 신혼집 앞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신했다. 그의 물에 대한 공포는 어릴 때 본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 때문이었다. 사실 이 영화로 인해 당시 상어에 대한 공포는 전 세계 적으로 어마어마했고 그 역시 <죠스>를 본 이후로는 수영은 물론, 배도 겁나서 못 타게 되었다. 자신이 비행기와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 뉴욕에 갈 수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언젠가는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뉴욕에 가고 싶어서 아니, 갈 것이라고 믿으며 열심히 통닭을 팔아가며 가정을 꾸려갔다. 변변치 않은 월급이었지만 주변에서 구두쇠 소리까지 들어가며 사십 줄의 나이에 들었을 때 제법 적지 않은 돈을 모으게 되었고 뉴욕 통닭이라는 자신이 사장인 치킨집도 오픈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나이까지 여전히 극복되지 않은 이 두 가지 공포증 때문에 결국 자기 대신,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녀들을 뉴욕으로 유학 보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뉴욕에 대한 자랑을 실컷 (트라우마로 다보탑을 쌓을 만큼) 들어왔기 때문에 뉴욕에 대한 동경은 조금도 없을뿐더러, 심지어는 증오까지 생긴 터라 그들의 유학생활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들이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뉴욕 이야기를 해대는 아버지와 떨어져 있으려면 돈줄인 아버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틈틈이 이메일과 소셜 등으로 뉴욕의 멋진 사진들과 뉴욕 친구들의 사진들을 틈틈이 보내주었다. 그 사진을 보면서 그들의 아버지는 무척 흡족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식들이 보내 준 뉴욕 자유의 여신상 사진을 핸드폰으로 확대해 보면서 빨간 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정신없이 건너다가 오토바이에 치여 순식간에 정신을 잃은 그는  마침내 자유롭게 뉴욕에 가서 록펠러센터도 가고 센트럴공원에서 실컷 러닝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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