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가 올 AI콘텐츠 저작권 전쟁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
2000년대 초, P2P음원 공유플랫폼 ‘소리바다’는 당시 콘텐츠 유통의 작은 혁명이었다.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음악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이 마법 같은 경험은 당시 불법적 대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편리함'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창작자의 땀과 영감이 담긴 작품을 공짜로 소비하는 것이 당연시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콘텐츠 구독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비로소 깨달았다. 창작물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는 것을 몸소 인지하였고,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생성형 AI라는 더욱 강력한 도구 앞에 서 있다.
창작의 민주화, 그 빛과 그림자
ChatGPT로 글을 쓰고 Midjourney나 Runway로 그림이나 영상을 만들고 Suno로 음악을 만들면서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왔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이나 값비싼 장비 없이도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분명 인류 문명사에 기록될 만한 변화다. 하지만 이 화려한 무대 뒤에는 또 다른 아쉬움이 숨겨져 있다. 생성형 AI가 학습한 수억 개의 데이터 속에는 수많은 창작자들의 작품이 들어있다. 화가의 붓터치부터 작가의 수려한 문체, 음악가의 선율이 허락 없이 AI의 학습 재료가 되었다. 마치 소리바다 시절 우리가 '공유'라는 이름으로 저작권을 무시했던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과제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생성형 AI는 ‘연필’이나 ‘계산기’, 나아가 ‘인터넷 웹서핑’ 만큼 자연스러운 도구다. 이들은 AI와 함께 생각하고, AI와 함께 창작하며, AI와 함께 성장한다.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원본과 복사본, 창작과 모방, 영감과 표절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점이다. AI가 만든 시가 기존 시인의 작품과 유사하다면? AI가 그린 그림이 특정 화가의 스타일을 완벽히 모방한다면? 이런 질문들 앞에서 우리는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신뢰가 요구되는 AI콘텐츠 생태계, 함께 만들기
‘소리바다'에서 '스포티파이'의 전환이 보여준 것처럼 기술의 진보와 창작자의 권리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관계다. 구독 모델의 성공은 사용자들이 편의성과 함께 공정함을 원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생성형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작자들의 창작활동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보상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AI 학습에 사용된 작품의 창작자들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이나, AI 생성물에 원본 작품의 출처를 명시하는 등 투명성 확보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인간이 함께 창작영역을 확대 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다. AI가 만든 작품도 새로운 형태의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 기반이 된 원작자들의 기여도 존중 받아야 한다.
이제 앞으로 미래를 떠올려보자. AI와 협업해 새로운 장르로 탄생될 음악, 인간의 감성과 AI선보이는 이성적 논리가 결합된 참신한 소설, 그리고 전통 기법과 AI 기술이 만나 탄생한 독창적인 미술 작품 등 이런 콘텐츠나 창작품들이 창작자와 AI, 그리고 원작자들 모두에게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을 우리는 꿈꾼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지금 우리의 선택이 다음 세대가 살아갈 창작 생태계를 결정한다. 무료함의 유혹에 빠져 창작의 가치를 폄하할 것인가, 아니면 기술의 발전과 창작자의 권리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갈 것인가.?
이 갈림길에서 우리는 미래세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다가 왔다.
'소리바다'에서 배운 교훈을 잊지 말자. 진정한 혁신은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공정하게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생성형 AI 시대의 창작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창작자를 존중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창작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우리의 인식 변화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