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아이돌: K-pop 아이돌 산업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해야 할 때
K-pop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플레이브(PLAVE)가 지난해 데뷔 494일만에 멜론 빌리언스 클럽에 입성하고, 2년 만에 아시아투어를 확정하는 등 버추얼 아이돌이 기존 아이돌과 견줄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K-pop 아이돌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SM, YG, JYP, 하이브 등 대형 기획사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연습생을 육성하고 아이돌로 데뷔시켜왔다. 하지만 ‘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 ‘아뽀키’ 등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으로 이 고정관념이 흔들리고 있다. 과연 버추얼 콘텐츠 제작이 전통적인 아이돌 육성보다 더 효율적일까?
버추얼콘텐츠가 지닌 경제적 우위성
현재 대한민국 K-POP 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돌(그룹)을 육성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20~40억원부터 많게는 500억원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현실에서 ‘플레이브’와 ‘이세계아이돌’로 대표되는 버추얼 아이돌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K-pop아이돌 육성하는데 평균적으로 4~6년이란 소요시간과 함께 연습생 시스템(숙소, 연습 공간, 글로벌 교육 등 제공)을 갖추고 운영하기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반해 버추얼 아이돌 경우 절대적인 물리적 공간보다는 버추얼콘텐츠를 적재적소에 활용 가능한 디지털환경 구축이 요구된다. 여기에 한 번 구축된 기술 인프라로는 지속적으로 캐릭터 생성과 활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전통적인 아이돌 경우 멤버 한 명 추가 시 모든 비용이 선형적으로 증가하지만 버추얼 아이돌은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는 기획사가 다양한 콘셉트의 아이돌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여기에 리스크 관리에 따른 잠재적 비용 절감 효과도 검토된다. 그간 K-pop 아이돌 운영에 어려움은 개인적 스캔들을 비롯해 건강 문제 등에 따른 비용 이슈가 대두 되었다. 이에 반해 버추얼아이돌 경우 1차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범주 내에서 상황에 따라 대체가 가능한 여지도 있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는 버추얼 아이돌 제작 구조와 비용
버추얼 아이돌의 제작 비용 구조는 전통 기획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통적 아이돌은 사람에 투자가 우선인데 반해 버추얼 아이돌은 기술 개발에 있다. ‘플레이브’를 제작한 블래스트의 경우, 23년까지 대중에 공개된 누적투자금은 44억이었으며 수치를 보면 전통적 기획사가 아이돌을 육성하는 (최소) 비용과 유사해 보이지만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이 비용을 주로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그간 일본에서 흥행되었던 버튜버들의 애니메이션풍에 기초한 콘텐츠 제작이 아닌 한국 팬들 눈높이를 맞추고자 ‘웹툰’스타일의 아바타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언리얼 엔진의 리얼타임(랜더링)기술 기반의 셰이더(Shader, 그래픽 처리장치의 시각효과 계산에 쓰는 명령어 코드 집합)만들었다. 여기에 플레이브는 직접 사람의 행동의 연출이 요구되기에 모션캡쳐 시설도 갖춰야 했다. 이에 광학식 모션 캡처가 가능한 광학식 버추얼 스튜디오를 사내에 구축해야 했고, 실시간 렌더링과 스트리밍 시스템을 위한 시설도 마련했다. 물론 버추얼콘텐츠 제작사가 플레이브가 진행했던바와 같이 초기비용을 기술개발에 전략적으로 투자할 필요는 없다. 과거와 달리 기술발전에 따라 Live2D 캐릭터 제작의 경우 방송을 위한 기본적인 옵션을 기준으로 평균 가격을 산출하면 5~6백만원 내외로 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새로운 기회 창조
전통적 아이돌은 사람이 지닌 생물학전 한계로 24시간 팬들과 소통에는 제한이 있다. 이에 반해 버추얼아이돌은 이런 요소에 대해 상대적 우위에 있다. 물론 현재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주요 버추얼 아이돌은 휴먼스토리에 기반 되어 있어 이점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향후 버추얼아이돌은 24시간 국내외 팬들과 소통이 가능할 수 있는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버추얼 아이돌의 가장 큰 장점은 동시성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아이돌이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한 번에 여러 곳에서 공연할 수 없는 반면, 버추얼 아이돌은 기술의 힘을 빌려 전세계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공연을 펼칠 수 있다. 이는 마치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눈앞에서 펼쳐질 수 있다. 여기에는 다양할 기술 요소를 두드러진다. 현재 초정밀 모션 캡쳐 시스템은 33-50ms라는 극도로 짧은 지연시간을 달성했다. 이는 인간의 반응속도인 200ms(고양이 반응속도 20ms) 보다 훨씬 빠른 수준으로, 실시간 퍼포먼스 캡처가 충분히 가능함을 의미한다.
여기에 5G 네트워크의 발전된 성능을 들 수이다. 5G는 1밀리초라는 초저지연(4G의 50ms 지연과 비교)을 의미한다. 이런 초저지연 통신망을 통해 서울의 스튜디오에서 캡처된 퍼포먼스 데이터를 전세계로 실시간 전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끝으로 홀로그램 프로젝션 기술의 성숙을 들 수 있다. 고급 광학기술과 투명 스크린을 활용한 홀로그램 기술은 이미 일본의 ‘하츠네 미쿠’의 콘서트에서 그 완성도를 입증했다. 여러 프로젝터가 연동되어 만들어내는 3차원 홀로그램은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아티스트가 무대에 서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했다.
물론 이런 이론적 가능성을 넘어 실제 성공 사례들이 요구되는데, 우리는 지난 2020년 트래비스 스콧의 포트나이트 가상 콘서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트래비스 스콧 콘서트는 1,230만 명이 동시 접속하여 역대 최고 수익 투어인 에드 시런의 투어(880만 명) 관객 수를 뛰어넘었다. 이는 가상 공연이 단순한 대안이 아닌, 전통적 공연을 능가할 수 있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기회임을 보여줬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창조적 무대 기대
버추얼아이돌은 기존 전통적 아이돌에게 의례적으로 발생된 여려 이슈를 해결 할 수 있다. 가령, 컨디션 난조 또는 부상, 실수 등으로 인해 무대에 오를 수 없는 변동성 등 없어 항상 최고 품질의 무대를 보장할 수 있다. 특히 라이브 공연에서 버추얼 아이돌이 고난이도 춤과 동작을 실시간으로 매우 부드럽게 구현하는 모션 트래킹 기술은 팬들과의 원활한 교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기술에 힘입어 기존 아이돌로는 불가능했던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전통적인 K-pop 무대에서 의상 변경은 큰 이벤트였다. 짧은 시간 안에 백스테이지에서 급하게 갈아입거나, 특수 제작된 의상으로 한 번에 벗겨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버추얼 아이돌은 이런 제약이 전혀 없다. ‘하츠네 미쿠’의 콘서트에서 이미 증명된 바와 같이 버추얼 아이돌은 노래와 노래 사이마다 완전히 다른 의상으로 변신한다.
드레스에서 미니스커트로, 다시 가죽 의상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모습은 마치 빛의 소용돌이나 거품의 물결과 함께 펼쳐진다. 심지어 한 곡 안에서도 멜로디의 변화에 맞춰 의상이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더 나아가 헤어스타일, 눈동자 색깔, 심지어 키와 체형까지 음악과 분위기에 맞춰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 발라드에서는 긴 머리의 우아한 모습으로 힙합에서는 단발의 시크한 모습으로 댄스곡에서는 화려한 컬러 헤어로 변신하는 것이 몇 초 만에 가능하다.
버추얼콘텐츠 : 기존산업 파괴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가는 과정
버추얼 아이돌은 단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이다. 현재는 시장 초기 단계의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이는 곧 선점자의 기회를 의미한다. 물론 아직 현재 ‘플레이브’와 ‘이세계아이돌’을 제외하면 명확한 성공 사례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초기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콘텐츠 소비습관은 시나브로 변화하기에 이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끝으로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증대를 고려할 때 버추얼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필연적이다. 플레이브의 성공으로 시장 가능성이 입증된 만큼 이제는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전통 K-팝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버추얼 콘텐츠라는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다면 미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계속해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버추얼아이돌 K-팝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