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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콘텐츠의 성장과 대중문화의 변화

주류시장을 넘보는 '버츄얼콘텐츠'

by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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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콘텐츠의 성장과 대중문화의 변화

앞서 1화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버츄얼 콘텐츠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서브컬처'라는 딱지가 붙은 채 주류 미디어의 관심 밖에 머물렀던 이 분야가 이제는 대중문화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메타버스와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시장의 폭발적 성장, 그리고 콘텐츠 소비 패턴의 근본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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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UGC: 성장의 쌍두마차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2024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1,305억 달러(약 180조 원)로 전망되며 2030년까지 1조 달러(약 1,38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35% 이상 성장할 전망이며, 높은 인터넷 보급률·스마트폰 사용률 등 가상 세계와 상호작용이 쉬운 환경과 함께 디지털 혁신에 대한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UGC 시장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플랫폼 시장 규모는 2024년 2,093억 달러에서 2032년까지 4,66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CAGR 10.5%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창작자 '미디어 경제'가 2023년 현재 2,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는 기업 미디어가 연간 약 5%씩 성장한데 반해, 크리에이터 미디어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기반으로 연간 25% 이상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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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소비 취향의 다양화

버츄얼 콘텐츠가 대중문화로 진입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콘텐츠 소비 취향의 다양화다. 과거 대중문화는 소수의 방송사나 제작사가 만든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춘 세분화된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찾아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다.

개인화된 정보 소비 패턴은 UGC의 발전을 뒷받침하였고, 추천 알고리즘이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버츄얼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개인의 피드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던 일반인들도 알고리즘을 통해 버츄얼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접하게 되면서 새로운 팬층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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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공유 문화와 접근성의 혁신

버츄얼 콘텐츠의 대중화에서 SNS 공유 문화가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과거에는 버츄얼 콘텐츠를 즐기려면 특정 플랫폼(커뮤니티)에 접속하거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짧은 클립 하나로도 충분히 매력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TikTok, Instagram Reels, YouTube Shorts 등 숏폼 콘텐츠 플랫폼의 확산은 버츄얼 콘텐츠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짧은 형태의 비디오 콘텐츠는 사용자 참여 및 플랫폼 성장을 향상시키며,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고 빠르고 매력적인 비디오를 공유함에 따라 플랫폼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버츄얼 크리에이터들의 재미있는 순간이나 독특한 캐릭터가 숏폼으로 편집되어 확산되면서 이전에 접촉점이 없던 일반 대중들도 자연스럽게 버츄얼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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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대중문화 핵심 플레이어들의 태도 변화

버츄얼 콘텐츠의 성장은 기존 대중문화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콘텐츠 제작 비용과 리스크의 현저한 감소다. 우리나라 4대기획사도 버츄얼콘텐츠에 전략적 박차를 가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버츄얼 콘텐츠에 쏟아붓고 있는 투자 규모를 보면 이들의 확신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무려 1000억원을 메타버스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SM은 4대 기획사 중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M의 핵심 프로젝트는 나이비스(nævis)에 있다. 에스파의 세계관 속에서 태어난 이 버츄얼 아이돌은 단순한 가상 캐릭터가 아니다. 현실의 에스파와 가상 공간의 '아이-에스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SM이 그려낸 메타버스 생태계의 핵심 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SM이 자회사 '스튜디오 리얼라이브'를 통해 관련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 최근에는 중소 콘텐츠기업 (클레온 등)과 협업을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이브 또한 일찌감치 인수한 자회사 수퍼톤이 선보인 신디에잇(SYNDI8)은 AI 오디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버츄얼 걸그룹으로 작년에 선보였으며, 하이브 본체의 깊은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신 하이브는 화제의 버츄얼 아이돌 플레이브 제작사 블래스트에 30억원을 투자하고, 가상인간 전문업체 이너버즈에도 15억원을 투입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도 시장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모델이 성공하든 하이브가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가장 실용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총 120억원을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투자한 가운데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효율적인 버츄얼 콘텐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2년 데뷔한 신인 걸그룹 엔믹스의 제페토 데뷔는 이러한 전략의 성공 사례다. 실제 JYP 사옥을 제페토에 구현하고, 엔믹스 멤버들의 아바타를 제작해 팬들이 함께 안무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한 이 프로젝트는 6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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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튜버 탄생, 이들이 만들에 내는 신유형 콘텐츠

개인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진입 장벽의 현저한 낮아짐이 가장 큰 기회다. AI가 UGC를 통해 사용자의 취향을 학습하고, 그에 따라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증강현실(AR) 기술은 UGC를 보다 실감나게 만들 수 있어 사용자들의 재미와 참여 유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 크리에이터들은 버츄얼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딩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도 독특한 캐릭터로 팬층을 구축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지속가능한 콘텐츠 제작에도 유리하다.


높아져 가는 수요자와 시장 니즈

버츄얼 콘텐츠의 성장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새로운 문화의 탄생을 의미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에, 버츄얼 콘텐츠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와 소통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버츄얼 콘텐츠를 단순히 기존 콘텐츠의 대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와 매력을 가진 독립적인 장르로 인식하는 것이다.

앞으로 몇 년간 이 분야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그 중심에는 기술의 발전보다도 사람들의 새로운 소통 욕구와 문화적 갈망이 자리하고 있다. 버츄얼 콘텐츠는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대중문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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