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버츄얼콘텐츠는 과거로부터 어떻게 성장했나?

버츄얼콘텐츠 : 콘서트 문화로부터 성장한 팬덤 그리고 산업으로 도약

by 미술관
cgv_media_240625_01-726x1024.jpg


지난 2024년 12월,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버츄얼 유튜버 스텔라이브 대표 맴버 '아야츠 유니'의 단독 콘서트를 본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에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이세계 아이돌의 '릴파' 콘서트를 비롯해 JTBC가 기획한 '버츄얼 아이돌 프로젝트' 콘서트까지에 최근에는 플레이브가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며, 연일 매진행렬이다. 그야말로 버츄얼콘텐츠 오프라인 공연이 풍년인 시대다.

약 9년 전 ‘키즈나 아이’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누가 이런 미래를 상상했을까? 가상의 캐릭터가 실제 무대에서 수만 명의 관객과 호흡하고 팬들은 슈퍼챗으로 수억 원을 후원하며 시공간을 초월해 글로벌 팬덤이 탄생되는 시대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키즈나 아이’에서 팬덤의 서막을 알린 홀로라이브의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20201030000231_0.jpg

2016년 11월 29일, "네, 안녕하세요! 버츄얼 유튜버 ‘키즈나 아이’입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등장한 ‘키즈나 아이’는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당시 버츄얼콘텐츠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단순했으며, 당시 팬들은 관찰자 모드가 지배했다. 3D 모델링 기술 자체가 신기했고 '키즈나 아이'의 게임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조차 "대리가 아니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팬들은 주로 유튜브 댓글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조용히 그들을 응원하며 영상을 시청했다. 그리고 2020년에 처음으로 홀로라이브가 오프라인 콘서트를 개최했다. 사실 당시 홀로라이브는 지금과는 달랐다. 각자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버츄얼 유튜버들의 느슨한 연합체에 불과했고, 회사 차원의 통합적인 비전이나 브랜딩은 전혀 없었다. 멤버들은 각자도생하며 시청자 수 늘리기에만 급급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홀로라이브의 첫 번째 페스티벌은 규모도 작고 시설도 열악하여 멤버들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모여서 함께 본다는 특징뿐이었고, 대부분 보컬로이드 커버곡으로 구성되었는데 대박이 났다. 당시 팬들의 반응은 단순한 호응을 넘어섰다. 그들은 지금까지 홀로 즐겼던 버츄얼 유튜버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무대에 서는 것을 보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했다. 채팅창은 감동의 메시지들로 가득 찼고 슈퍼챗 후원이 쏟아졌다.

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1112610162209318c5fa75ef866198155146.jpg


홀로라이브의 첫 번째 콘서트 ‘논스톱 스토리’는 단순히 기존 팬들을 모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팬덤을 창조했다. 이전에는 각자 좋아하는 멤버만 응원하거나 다른 멤버들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팬들의 활동 또한 산발적이고 일시적이였다. 하지만 콘서트 이후 팬들은 홀로라이브(맴버) 전체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고, 멤버 들간 협업과 우정을 적극 응원하면서 지속적인 조직적인 팬 활동을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3월 홀로라이브 3번째 페스티벌은 이전 페스티벌들과 완전히 달랐다. 입체 영상과 AR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규모와 기획력, 기술력, 무대 퀄리티가 엄청나게 성장했다. 단순 기술 발전을 넘어 버츄얼콘텐츠가 메인스트림 엔터테인먼트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니난해 홀로라이브 슈퍼 엑스포와 5번째 페스티벌 'Capture the Moment'는 더욱 진화했고, 일본의 대형 공연장인 마쿠하리 멧세에서 이틀간 진행된 행사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한국의 메가박스에서도 동시 상영되기도 했다.


국내 버츄얼콘텐츠 콘서트의 급성장 그리고 산업의 축으로 도약

홀로라이브 페스티벌 성장이 일본의 버츄얼콘텐츠 산업을 이끈 점은 더 이상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 멤버 '릴파'의 첫 단독 오프라인 콘서트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는 소식은 한국 버츄얼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홀로라이브가 2020년 ~ 2021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에 부응하듯 페스티벌 역시 엑스포 형식으로 구성되며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평가처럼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팬덤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어왔다. 이제 한국의 버츄얼 콘텐츠 산업도 이 공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고 있다


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2032917572502923c5fa75ef866198155146.jpg

사실 국내 버츄얼 가수의 시초는 1998년 데뷔한 버추얼 가수 아담이다. 당시에는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기술력과 콘텐츠 생성을 뒷받침할 자본이 부족해 '반짝 인기'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의 초기 버츄얼 콘텐츠는 기술력 자체에만 집중했을 뿐 팬덤 구축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과거 한국의 버츄얼 콘텐츠는 주로 온라인 중심의 활동에 머물렀다. VRChat에 마련된 아이돌 카페 전용 맵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공연 개최 등 소소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로의 확장은 진행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릴파'의 솔로 콘서트가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는 기록은 한국 버츄얼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과거 기술 시연 위주의 이벤트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한국에서도 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수요를 창출해낸 것이다.


능동적 팬들 참여와 버츄얼 콘텐츠의 본격적 글로벌 진출

maxresdefault.jpg

최근 팬들은 번역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다국어 번역으로 언어장벽을 해결하고, 버츄얼콘텐츠를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재가공해 공유하며, 버츄얼콘텐츠(캐릭터) 밈도 적극적으로 생산해 낸다. 여기에 전 세계 224개국에서 접속하는 팬덤 플랫폼(앱)의 등장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홀로라이브 페스티벌이 일본을 넘어서 국내 멀티플렉스(영화관)에도 동시 상영되며 팬들의 경험은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됐다. 이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소비 경험을 선보이는 한 단면이다.


아울러 홀로라이브 소속 버츄얼 유튜버들이 슈퍼챗 매출 상위 5위를 독점한 점은 팬들의 경제적 참여가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보여준다. 팬들은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콘서트와 연계된 팝업스토어 방문 및 굿즈 구매 등으로 버츄얼콘텐츠의 후원자이자 공동창작자가 되었다. 최근에 국내 멀티플렉스 3사 또한 그간 해외 버튜버 콘텐츠를 극장에 상영을 넘어 국내 버츄얼콘텐츠 콘서트도 개최함을 통해 버츄얼콘텐츠가 극장가에서도 인정받는 킬러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버츄얼콘텐츠는 팬들과 함께 성장을 기대하며

?src=https%3A%2F%2Fi.namu.wiki%2Fi%2FxburEFDNSOtS4W0FOm1AbQPS5lSJPNCPGFjAWAixd9JTk8zZpcjyZdOkI-Q0_4ZTi6yRi-tbrvmRc4CEQMXsRw.webp&type=sc960_832

9년 전 키즈나 아이를 처음 본 사람들은 단순히 "신기한 기술"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버츄얼콘텐츠는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문화 생태계가 되었다. 주목할 점은 팬덤의 역할 변화다. 과거 작은 스크린 앞에서 조용히 관람하던 수동적 모드의 관람객들은 이제 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아레나 콘서트에 참여하고 굿즈 등을 구매하며 능동적 참여자로 성장했고, 나아가 공동창작자로 나아감으로서 팬덤은 이제 버츄얼콘텐츠 산업의 핵심 동력이 됐다.


끝으로 기술 시연 중심의 이벤트에서 시작된 버츄얼콘텐츠가 진정한 팬덤 기반의 콘서트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작은 모니터 화면에서 펼쳐진 개별 버튜버 활동이 대형 오프라인 공연장으로 확대 재생산 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한국 버츄얼콘텐츠 산업의 성장에 눈 여겨 볼 때가 왔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2화버츄얼콘텐츠의 성장과 대중문화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