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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버츄얼콘텐츠가 대중들로부터 관심받고 있는가?

버츄얼 콘텐츠의 시대: 새로운 팬덤 문화의 탄생과 콘텐츠 산업의 변화

by 미술관

버츄얼 콘텐츠의 시대: 새로운 팬덤 문화의 탄생과 콘텐츠 산업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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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25년 6월 20일 공개된 이 작품은 K-pop 걸그룹이 가수로 활동하는 동시에 비밀리에 악령을 물리치는 악마 사냥꾼으로 활약한다는 독창적인 설정으로 한국의 전통 설화와 무속 신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무당이 악령을 물리치는 춤과 노래"라는 전통적 개념이 현대 아이돌 문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설정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글로벌 언어로 번역해낸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의 성공은 단순한 문화적 융합을 넘어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버츄얼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애니메이션 속 가상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실제 빌보드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하고, 사운드트랙이 2025년 최고 차트 성과를 거둔 영화 사운드트랙이 된 현상은 버츄얼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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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콘텐츠, 서브컬처에서 이젠 주류로

버츄얼 콘텐츠의 대중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PLAVE, 이세계아이돌과 같은 버츄얼 아이돌 그룹들이 실제 아이돌과 견줄 만한 성과를 거두며 이 분야의 가능성을 입증해왔다. 특히 이세계아이돌의 경우 음원 차트 1위 달성과 대규모 오프라인 콘서트 성공을 통해 버츄얼 그룹도 충분히 메인스트림에서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Z세대와 알파 세대의 새로운 미디어 소비 패턴이 있다. 이들에게 '현실'과 '가상'의 구분은 기성세대만큼 중요하지 않다. 메타버스와 게임 속에서 자라난 세대에게 버츄얼 캐릭터는 또 다른 형태의 '진짜' 존재일 뿐이다. 실제로 2023년 글로벌 버츄얼 유튜버 통계 및 데이터 Stream Charts에 따르면 버츄얼 유튜버 시청자의 83.7%가 평균 시청자 수 1-500명대의 소규모 크리에이터를 시청한다는 통계는 이들이 거대한 스타보다는 친밀하고 접근 가능한 관계를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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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문화의 진화: 수동적 태도에서 자발적 능동적 주체자로 변신

과거 "빠순이", "오빠부대"로 폄하되던 팬덤 문화는 이제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문화 생산의 주체로 변모했다. 특히 버츄얼 콘텐츠 팬덤은 기존 아이돌 팬덤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우선 기술 발달에 힘입어 아티스트와 팬들간 상호작용은 일상화가 되었다. 이에 버츄얼 유튜버들은 실시간 방송을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팬들의 채팅과 후원에 즉각 반응한다. 이는 기존 아이돌과 팬 사이의 일방향적 관계를 쌍방향으로 전환시켰다. 팬들은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협력자가 된 것이다.

이어서 팬들의 관심사가 커뮤니티 형성으로부터 발전하고 있다. 2025년 콘텐츠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인 '관심 지표(Interest Graph)'는 버츄얼 콘텐츠 팬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팬들은 단순히 특정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게임, 음악, 그림 등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세분화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끝으로 자아 큐레이션 문화의 확산이다. 이는 팬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콘텐츠에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재가공한다. 단순히 제공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취향 지도'를 그려 나가며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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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버츄얼 콘텐츠의 성장은 콘텐츠 산업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제작비 구조의 혁신이다. 기존 아이돌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이였던 연습생 시스템, 대규모 투자, 물리적 제약 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이는 버츄얼 캐릭터로 부터는 (부정적) 스캔들이나 아티스트 컨디션 난조, 군입대 등의 리스크가 없어 안정적으로 콘텐츠 공급이 가능하다.

글로벌 확장성 역시 혁신적이다.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상대적으로 쉽게 극복할 수 있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한국의 전통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외교의 새로운 도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의 사운드트랙은 미국 스포티파이 차트에서 기존 K-pop 그룹들의 기록을 갱신했다.

또한 IP(지적재산권) 확장의 용이성도 큰 장점이다. 하나의 버츄얼 캐릭터로부터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굿즈 등 다양한 파생 상품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의 완성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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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팬들과 신경전 속에 새로운 도전과 과제

하지만 버츄얼 콘텐츠의 급성장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진정성(Authenticity) 문제가 대표적이다. 팬들이 버츄얼 캐릭터 뒤의 실제 인물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캐릭터와 연기자가 분리될 때 발생하는 정체성 혼란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시장 과포화 우려도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수많은 버츄얼 크리에이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소규모 팬층에 머물고 있다. 결국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업계의 과제로 남아있다. 여기에 기술적 한계 역시 극복해야 할 벽이다. 모션 캡처와 실시간 렌더링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자연스러운 표현에는 한계가 있어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점도 일부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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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간 경계는 무너지고, 버츄얼콘텐츠에게는 기회로

2025년을 기점으로 버츄얼 콘텐츠는 더 이상 '대안적' 콘텐츠가 아닌 메인스트림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의 발전과 메타버스 플랫폼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콘텐츠의 등장이 주목된다. 현실 아티스트와 버츄얼 캐릭터가 협업하거나, 하나의 IP에서 실제 인물과 가상 캐릭터가 공존하는 형태의 콘텐츠가 늘어날 전망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실제 K-pop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화된 팬 경험도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각 팬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춘 맞춤형 콘텐츠와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버츄얼 콘텐츠의 부상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 팬덤은 더욱 능동적이고 창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콘텐츠 산업은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 사건이자,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변화의 전주곡일 뿐이다.

전통과 현대,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시대에,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문화와 엔터테인먼트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동시에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인가 하는 지혜로운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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