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업의 log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사원 D Oct 19. 2019

07. 법대 나온 나부랭이의 콘텐츠 제작기 (4)

구조화와 존버로 영차영차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3편을 쓴 지 거의 여덟 달만에 마무리 편을 쓴다. 게으름이 주된 요인이기는 하지만 변명을 하자면 콘텐츠에 관련된 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서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린 탓도 있다. 그 마무리까지 합쳐서 콘텐츠 제작기를 맺어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나름대로의 가설과 검증을 거쳐 '직장생활 가이드북'이라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하였다. 여기까지 하고는 좀 뿌듯하기도 했는데, 사실 이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콘텐츠로 표현하느냐가 더 큰 문제였다. 이제부터 정말 시작이랄까.




앞서 아이덴티티 확립 과정에서 살펴본 고객의 문제를 하나로 정리하자면 바로 '직장생활 속 일상적인 문제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먼저 '일상적인 문제'를 아래와 같은 네 가지로 나눠보았다. 


직장 내 인간관계

회사 내/외부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매너

일상 업무 팁

동기부여 및 인사이트


전체 구조를 한 판으로. jyp



1. 직장 내 인간관계 


1) 기획 의도


직장 내 인간관계는 문제를 쪼개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주제였다. 


앞선 고객 검증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상사와 동료, 혹은 후임과의 소통 방식이나 업무 스타일 차이로 인해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즉, '일상 문제의 해결'이라는 대주제에 가장 알맞은 토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 싫어지면 나머지가 다 싫어진다'는 말. 


2) 기획 방향성


직장 내 인간관계는 무엇보다 1) 경험자의 2) 조언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단순한 팁도 아니고, 문제 해결에 대한 조언을 독자와 비슷하거나 내공이 떨어지는 사람이 하면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가 힘들 것 같았지만 사실 다른 카테고리보다 준비하기가 수월했다. 20여 년간 외국계, 해외 MBA,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두루 거치신 우리 회사 대표님께서 써 두신 브런치 글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이 글을 적절하게 에디팅 하기만 하면 되었다. 개이득  


3) 발행 채널


처음에는 카드 뉴스로 옮길까도 생각해봤지만, 브런치로 발행하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다. 확산과 가독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제 특성상 깊이 있는 조언이 이뤄져아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브런치가 더욱 적절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직장 내 인간관계 카테고리 기획

 


2. 비즈니스 매너


1) 기획 의도


비즈니스 매너 또한 고객 조사를 통해 니즈를 발견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도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다. 나 또한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내/외부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실수를 많이 했기 때문이지...


2) 기획 방향성


그래서 비즈니스 매너 카테고리는 과거의 나와 같은 주니어를 페르소나를 설정해서 좀 더 가볍게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 매너라는 것이 좋게 보면 디테일한 배려지만, 나쁘게 보면 사소한 꼰대질이 되어 보는 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좌충우돌 사고뭉치 주니어'가 자기의 실수담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간다면 이런 면이 희석되지 않을까 싶었다.


3) 세부 기획


친근하고 재미있는 톤으로 풀어낸다고 해도 내용 측면에서 차별성이 없다면 스낵 콘텐츠와 다를 바가 없다. 어떻게 차별성을 줄까 생각하다 내린 결론이 바로 '애매한 것들을 정해주자'는 것이었다. 


비즈니스 매너 대부분이 대놓고 물어보기엔 뭔가 사소하고, 그렇다고 어깨너머로 따라만 하기엔 애매한 것들이라는 성격에서 착안했다. 예를 들자면 그런 것들 있지 않은가. 명함을 받자마자 바로 집어넣어야 하는지, 회의할 때 도대체 어디 앉아야 하는지 그런 것들 말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알어욕(알아두면 어디 가서 욕 안 먹는)!'카드 뉴스 시리즈였다. 


알어욕 시리즈 : 승용차 탑승 시 매너, 결혼식 축의금, 전화받는 방법, 연말 회식 매너 등
비즈니스 매너 카테고리 기획


3. 일상 업무 팁


1) 기획 의도


일상 업무 수행에 대한 팁은 다른 곳에서도 발행하던 콘텐츠와 결을 같이하는 주제였다. 하지만 '엑셀 단축키 모음'같은 콘텐츠와는 방향을 다르게 가져가고자 했다. 


2) 기획 방향성


엑셀이나 PPT 단축키를 다룬 콘텐츠는 다른 곳에도 많다. 너무 많다. 그래서 굳이 우리 페이지에 올린다고 해서 독자들이 가치를 느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고객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일상 업무의 맥락 속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How to가 필요했다. 예를 들자면 문과 나온 기획자가 개발자 혹은 디자이너와 협업하면서 조심해야 할 점이나 처음 후배를 받은 주니어가 피드백을 줄 때 주의해야 할 점 같은 것들 말이다. 


3) 세부 기획


일상 업무 팁은 다른 콘텐츠와는 달리 1) 아이폰 메모 형식으로 2) Bullet-point를 활용해 3) 10여 장의 짧은 카드 뉴스로 만들었다. 

 

업무 '팁'이라는 성격상 한눈에 바로 요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누군가의 메모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도 주고 싶었다. 페이스북 이용 형태를 볼 때, 나중에 볼 생각으로 결국은 안보지만 콘텐츠를 저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이건 누군가의 메모장이야. 빨리 저장해."라는 뉘앙스를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일상 업무 팁 카테고리 기획



4. 동기부여/인사이트


1) 기획 의도


마지막으로 동기부여 및 인사이트는 전체 콘텐츠가 너무 기술적인 측면에만 치우치는 것을 막고자 만든 카테고리다. 업무 기술적 측면 이외에 사수의 정신적 역할에 주목했달까..


2) 기획 방향성 & 세부 기획


이상적인 사수란, 후임에게 업무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가르치지만 커리어에 대해서도 조언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 주목해서 다른 사람의 커리어 경험담이나 자기 발전을 자극할 수 있는 주제를 링크로, 카드 뉴스로 올려보았다.  


동기부여/인사이트 카테고리 기획



5. 성과 : 페이지 내부, 그리고 외부 성과


작년 가을부터 올해까지 상기 네 가지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자 노력했다 렸다. 누가 그랬던가, 존버 끝에 낙이 온다고. 페이지 내부와 외부로 나눠 이런저런 성과가 났다.


먼저 페이지 내부 성과는 아래와 같다. 주요 KPI는 팔로워 수였다. 좋아요보다 팔로워를 선택한 것은, 페이지 콘텐츠 구독은 바로 팔로우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워를 취소하면 그 페이지의 콘텐츠는 더 이상 개인 피드에는 노출이 되지 않으니까. 


페이지 내부 성과


페이지 내부 성과야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오르겠지 했던 것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외부의 성과였다. 브런치 위주로 업로드했던 '직장 내 인간관계' 카테고리가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두둥..!


브런치북 프로젝트는 사실 처음 듣는 이벤트였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어느 날 메일에  참가 공지가 왔길래 별생각 없이 OK 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큰 이벤트였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1회의 경쟁률은 무려 2000:1이었고, 이번 6회에는 매거진 B, 유유출판사 등 내로라하는 출판계의 거물들이 작가들을 심사하고 있었다. 게다가 당선작은 책으로 출판된다니.. 이런 어마어마한 이벤트에 초짜배기가 당선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에 나온 책, '일의 기본기 :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당선 후 첫 미팅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드디어 회사 이름으로 책이 출간되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콘텐츠 제작기 마무리가 늦어진 것 또한 책이 나오고 멋지게(?) 매듭을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90% 이상의 글을 우리 대표님들이 쓰셨고, 나는 그저 교정과 에디팅을 담당한 것뿐이지만 그래도 너무 기뻤다. 


※ 혹시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한 구매 링크! : http://bit.ly/2VWZ024

 


6. 마무리, 그리고 배운 것들


지금까지의 콘텐츠 제작기에서는 일을 진행하기 전에 논리적으로 기획하고 열심히 실행해서 예쁜 성과를 거둔 것처럼 써놨다. 하지만 글은 순간순간을 다룰 수밖에 없고 또 회고 용도로 쓰이는 것이기에 정제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현실은 가설과 검증의 반복, 그리고 그 속에서 논리성을 갖춘 접근과 실행 단계에서의 존버의 연속이었다. 그 속에서 마인드셋, 그리고 업무 측면에서 생각하게 된 것들이 있다.


먼저 마인드셋 측면. 삽질과 존버의 연속은 스타트업이라면 어쩔 수 없다. 린스타트업이라는 거창한 개념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의 하루하루는 가설과 검증의 반복이고 그 속에서 낙담하거나 에너지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업무 측면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에서 전략 수립과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에서 Non paid로 콘텐츠를 확산시킨 것은 정말 가치 있는 경험이지만, 비용을 태우는 경우에는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비단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조금 더 큰 조직에서 전략 수립과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을 경험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문과 중에서도 창의성 제로 + 어려운 글만 주야장천 써대는 법대 출신의 나 같은 나부랭이도 꼼지락꼼지락 글을 써다는데, 이걸 보는 당신이라고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삽질과 존버를 열심히 하자.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다.


그럼 나부랭이의 좌충우돌 콘텐츠 제작기는 요기에서 끝!

매거진의 이전글 06. 나부랭이가 신입사원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