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만의 안식처가 있을 테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뻥 뚫리고 복잡하고 미묘한 마음들이 녹아드는.
한때는 황량한 마음이 들 때면, 찾고 싶었던 곳 1순위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입원해 계시던 송도 고신대 병원이었다.
창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사상에 내려 또 시내버스를 타고 송도까지 가는 길.
무지 춥던 겨울이었는데도 따뜻했던 기억이 있다.
그 따뜻함이 모든 것을 안아 줄 것만 같아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청년이 돼도 나는 늘 그곳이 마음에 쓰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곳이 그리운 것은 그 사람이 그리웠기 때문일 터.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그곳에 가고 싶었던 것이다.
일 년에 1~2번이나 내려갈까 말까 한 타향 생활은 사실 그런 기억마저 희미하게 만들 때가 있다.
보고 싶은 사람도, 그리운 곳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찬 생각과 일정들 때문에. 버려도 되는 것들인데 말이다.
올 가을과 겨울 시간이 많이 생긴 덕분에 부산과 창원을 몇 번이나 오갔다.
나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과 장소.
그 모든 것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가을에 커피를 마시면, 네 생각이 난다. 찹찹한 공기, 어둑해진 하늘, 커피향.
수업 끝나고 매일 함께 마시던 추억이 떠오르나 봐."
"델리만쥬를 보면 너가 생각난다. 그게 정확히 언제, 어디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어느 지하철역이었어. 아마 이렇게 찬 공기가 스칠 때였지. 거기서 널 만났는데
델리만쥬 냄새가 났었거든. 그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
그랬다. 부산에 가면,
잊고 있었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시절의 냄새가 섬세하게 내 마음을 파고 들어 잃지도 말고, 잊지도 말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