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과장의 치앙마이 라이프에 숟가락만 얹다 4편
이왕 쉬는 거 서울에서든 치앙마이에서든 하루에 중요한 일은 '한 가지' 정도로만 하기로 했다.
정 과장이든 나든.
그런데, 워낙 치앙마이에서 내 일정이 길지 않다 보니 그간의 쉼을 뒤로하고 많은 걸 하게 되더라.
나 때문에 정 과장까지 덩달아 여행자 모드.
발길 닿는 곳마다 다 좋았지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을 꼽으라면 이곳을 추천한다.
여행지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시장이나 이런 플리마켓이 아닐까 한다. 다양한 물건과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풍경은 도시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기에 충분하니까.
러스틱 마켓은 익히 들었던 터라 가기 전에 어떤 물건들이 핫한지 미리 검색을 좀 했더랬다. 라탄, 옷, 동생 카페에서 쓸 병따개 등을 사야지 했는데 병따개는 결국 못 찾고, 마음에 든 수 놓인 청자켓은 무겁고 더워서 못 샀다.
못 산 물건에 미련이 남아서 정 과장이랑 우스갯소리로 찻잔이랑 등등등 사러 다시 와야지 그랬다. 캐리어 큰 거 들고 말이다.
먹거리도 어찌나 다양하든지. 러스틱 마켓에 가면 이것저것 다 먹겠다고 야심 차게 다짐을 했으나 더운 데다 당기는 메뉴를 못 만나서 바나나 구이 하나만 먹고 돌아왔다는.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 정 과장이 보내 준 URL을 보는 순간 코 끝에 바람에 스치고, 햇살이 비추는 느낌을 상상하게 된 곳이 있었다. 외곽에 위치한 푸핀도이와 푸핀테라스라는 곳인데, 전망이 한눈에 들어와 그야말로 요즘 뜨는 곳이라 하더라.
시내에서 그랩을 이용하면 이곳까지 300바트면 올 수 있는데 할인 코드 받아서 좀 더 저렴하게 왔더랬다. 우리는 푸핀도이에서 차 한잔 하고, 푸핀테라스에서 야경을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푸핀도이가 6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사로잡혀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보다 서로 찍어 주기 바빴다. 인증샷은 잘 안 찍던 우린데 여기선 찍어야겠다며.
캄캄해지기 전에 푸핀테라스로 달려온 우리.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모기 팔찌를 하나 더 차고, 감상 준비를 완료했는데. 이내 사람들이 조명과 그물 테라스에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사진을 찍으려고 대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붕 떠 있는 그물 테라스에 앉아 찍으면 누구나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는 곳이었던 것. 정 과장이랑 부랴부랴 내려가서 찍긴 했으나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소가 아닌 조금 비켜 있는 위치에서 만족할만한 사진을 건졌다.
사실, 치앙마이에서의 에피소드를 자세히 소개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급 마무리하게 돼 아쉬움이 너무 크다.
정 과장의 두 달 살기 스타일에 여행자의 일정까지 포함되다 보니 너무 알찼던 치앙마이 숟가락 얹기.
빡빡하다는 필라테스 스케줄도 비집고 들어가는가 하면, 여름과 가을 날씨를 모두 즐길 수 있었으니 이만한 여행이 또 있으랴.
늘 그렇듯, 여행이 끝날 즈음 다시 여행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