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선택할 것인가, 회사를 선택할 것인가.

사회 첫 발, 그때.

by 디제이쿠

첫 직장생활을 조금은 늦게 시작했다. 스물아홉.

사실, 아무도 내가 회사를 다닐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주위에서는 대학교 졸업을 하면 바로 시집을 가거나, 자유롭게(?) 살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시집도 안 가고, 직장도 아직까지 다니고 있으니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 게 맞나 보다.



"비전을 나눠봅시다"


첫 직장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 말 때문이었다. "비전을 나눠봅시다."

아니지. 엄연히 첫 직장은 아니다.

학부 졸업하자마자 대학원을 졸업하곤, 학교에서 강의도 했었고,

생활기록부에 늘 적던 기자 생활도 잠깐 했었고, 기업 인턴도 했었고, 뭐 그랬었다.


준비하던 모든 공채시험에서 다 떨어지고, '아 나는 회사랑은 안 맞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한 군데의 국제전시 에이전시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PR 에이전시에서 오퍼가 있었다.

국제전시를 담당하는 에이전시가 거의 확정된 상태에서 PR 에이전시 면접을 보게 됐는데,

대표님의 첫 마디가 마음을 움직였다. "이 자리는 면접을 보려고 부른 자리가 아니에요.

우리 같이 비전을 나눠봅시다." 그 말에 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희한하지 면접을 보고 돌아와선, 국제전시를 담당하는 에이전시 대표님과 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가끔씩 생각한다. 그 식사 자리가 없었다면 나의 선택이 어떻게 됐을까 하고.

그때 나눈 대화로 내가 걸어가고 싶은 인생의 길과는 너무 다른 가치관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사실, PR 에이전시 대표님과 나눈 대화는 너무 신선해서 마음이 기울고는 있었지만

회사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마음 편하게 원래 가기로 했던 곳에 가자는 생각이 더 컸다.



"흘러가는 대로, 배운 대로"


첫 회사는 대표님이 모 회사를 퇴사하시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었다.

일하는 방식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까지 매일이 배움이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것은 동료. 다들 하나씩 공부해가며 하다보니, 서로 주고 받는 아이디어,

피드백들이 일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같이 성장하고, 같이 힘들어 하고,

같이 넘어야 할 산을 고민하면서 더 단단해지고 돈독해졌다고 할까. 동료 이상.


요즘 많이 생각하고, 느낀다.

그때 흘러가는 대로 맞이한 '업', '사람', '회사'가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메시지가.

중요한 건, 내가 해야할 일. 그리고 사람이다. 일이 좋고 사람이 좋아야 회사도 좋은 법.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내 선택은 그럴 것이다. 일과 사람이 우선.


아부지가 그랬다. "지금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해보라고.

너가 너로서 중요한 거지, 너가 무얼하고, 어디에 소속되고 등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그러니 오로지 너에 집중하라고. 그래 맞다. 내가 하는 일이고,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고,

내가 펼쳐갈 인생이다. 너무 '그 무엇'에 연연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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