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방학일기 1편
나는 초등학교 시절 12번의 방학을 같은 곳에서 보냈다. 밀양 할머니 댁.
그것도 방학식 날부터 개학식 날 아침까지.
창원역 12시 50분.
쌍둥이 동생과 나는 이 시간 버스를 타고 갔다.
그래야 할머니 댁에 들어가는 3시 50분 버스를 탈 수 있었기 때문에.
고학년이 돼서야 밀양 터미널까지 직접 갔지만, 저학년까지는 할아버지가 집으로 데리러 오셨다.
나와 동생도 그렇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그렇고, 서로 방학식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너무 그리워서 말이다.
사실 할머니 댁에서 방학을 보내면서 친구가 보고 싶다거나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뿐 아니라 동네 모든 어르신이 우리의 친구가 돼 주셨기 때문에.
거기에 "혜현이랑 혜영이 언제 와요?" 라고 방학 때쯤이면 우리를 기다리는 동네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한 달을 보내고 학교에 돌아가면
친구들 탐구생활은 온갖 만들기로 채워져 있는데 내 건 답만 있고.
체르니 100번을 치던 친구가 30번을 칠 땐 속상하기도 했다. 어린이인지라.
그래도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때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뼛속 깊숙이 남아 나를 자라게 한 게 아닐까.
초등학교 1, 2학년쯤 됐으려나. 하루는 할머니 댁 동네 언니, 동생들과 흙을 가지고 노는데
뭐가 툭 만져지는 거다. 꺼내보니 피리(아마 리코더였을 터).
땅에서 나왔으니 동화책에서만 보던 요술피리인 줄 알고, 그걸 들고 집에 부리나케 뛰어갔다.
"할아버지 피리를 발견했어요. 요술피리인가 봐요."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는 "에이, 더러우니 버려라"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깨끗이 씻어서 '삑삑삑' 열심히 불어주셨다. 기대에 찬 손녀의 마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셨던 거다.
어른이 되고 보니, 그때 할아버지께서 내가 내민 피리를 외면했다면 마음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서 또 생각한다. '받은 사랑 다 나눠줘야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