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끝났습니다"

초등학교 방학일기 2편

by 디제이쿠

# 울보


초등학교 방학 숙제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 개학식 날 아침까지 할머니 댁에 있었으니까.

부모님 마음은 미리 집에 와서 숙제도 하고, 개학 준비도 했으면 하셨을 텐데,

어르고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니 집에 데려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방학이 끝날쯤이면 자려고 눕는 시간이 싫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니까.

시골의 고요한 밤에 들리는 째깍째깍 시계 소리도 듣기 싫어 할머니 품에 꼭 안겨야 했다.

그 정도로 헤어지길 싫어했으니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꿈에서 만났는데, 할머니 댁 앞 버스정류장에서 손을 흔들며 "혜현아"하고 불러주셨다.



# "짜장면 한 그릇 먹고 갈까?"


한 번은 친구가 우리 할머니 댁엘 온 적이 있다.

혜현이 혜영이가 보고 싶다며 엄마 아빠 오는 길에 따라 왔더라.

마침 개학을 앞두고 있던 터라 며칠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함께 집엘 가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할아버지께서 창원에 데려다주기로 하셨는데 그마저도 헤어지기 싫어 막차를 탔다.

창원역에 도착하니 이미 밤. 할아버지께서 "배고프지?"라고 물으셨다.

"저기 가서 짜장면 먹고 갈까?"


마침 불이 켜져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주인분이 나오더니 "영업 끝났습니다"라고 하질 않는가.

그때 할아버지의 표정, 내 기분이 아직도 생생해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난다.

"만들어 주실 수 없습니까?"

할아버지도 손녀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뭐라도 먹여 보내고 싶었던 것.


할아버지와 짜장면 가게를 나서는데, 어린 내 마음은 너무 슬펐다.

'할아버지가 짜장면을 사줄 수 있었다면 저렇게 표정이 슬프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에 꼭 할아버지와 다시 와야지'라고 다짐을 했더랬다.


하지만 그 다짐은 실천하지 못했다. 중학교 1학년 겨울, 결국 하나님 나라로 보내드렸다.

"할아버지, 그때 마지막으로 불러주신 제 이름.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고, 가치 있는

이름으로 쓰임 받도록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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