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방학일기 3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여름방학이 되면, 튜브를 꼭 준비해놓으셨다.
매일매일 실컷 물놀이 하라고.
그런데 방학 때마다 가는 할머니 댁이라도 동네 아이들 틈에 끼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물놀이를 할 때.
강을 거침없이 헤엄치는 아이들 사이에서 튜브를 끼고 나타난 우리 자매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와 놀아준 사람은 한 살 위의 두남 언니.
발이 닿지 않는 곳을 헤엄치는 것도, 바위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잠수를 하는 방법도.
가르쳐 준 사람은 두남 언니었다. 우린 늘 튜브를 끼고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단한 언니였다.
바위에 올라갈 때는 뒤에서 받쳐 주고, 뛰어내릴 때는 먼저 내려가 기다려 줬다.
"혜현아, 언니 여기 있을 테니까 뛰어 봐"
어디서 그런 지혜와 배려가 나왔을까.
사실 나는 할아버지가 '털팔이'라고 부를 정도로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는 모든 것이 낯설어 친구들과 말을 하는 것조차 부끄러웠다.
학교에 가면 내가 아닌 것 같아서 너무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로.
어린 기억이지만 학교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내가 너무도 다른 것 같아서 혼란스러웠다.
두남 언니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그랬던 내가 언니 덕분에 조금씩 더 성장한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용감해진다든가, 언니가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을 보고
나도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실천한다든가.
어쩌면 방학 때 두남 언니가 없었다면 우리의 방학은 조금은 무료했을지 모르겠다.
그때 같이 놀아줘서, 맛있는 것 많이 만들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지난번에 학원 선생님이 물었다. "만약에 생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무얼 하겠느냐?"고.
서슴없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 방학처럼 할머니 댁에서 지내겠어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