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물러가니 지난여름 겪은 온갖 감정들도 사라지는 것 같아 왠지 서운하다. 그 고맙고 따뜻한 말들이 내내 귓가에 맴돌면 좋겠는데, 역시 일상은 사사로운 감정이 자리할 틈을 주지 않더라.
지난여름, 컨디션이 안 좋아 여러 사람 걱정 끼치게 한 일이 있었다. 그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 불러".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말이고, 나눌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겠나라고.
집에 가서 좀 쉬었다 와야 할 것 같아 부랴부랴 비행기표를 끊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주한 풍경과 공기가 왜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던지. 꼭 이런 시간이 필요해서 그 순간을 겪었나 싶을 정도로 '사건'이 전제되지 않았다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구, 손이 떨려 메시지를 못 보낼 거 같아 전화했어."
지난여름 겪은 모든 감정들이 다 사라진다 해도 이것만큼은 새겨지면 좋겠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내야 한다는 것. 그 살아내는 것에 별 것은 없다. 하루하루 건강하고 즐겁게, 감사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