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의 퇴사와 입사를 반복한 이직자로서, 사실 사람들과의 관계, 환경, 문화 등등에 적응하는 건 괜찮다. 늘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고 어딜 가든 마음 맞춰 일하는 건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가장 적응이 더딘 건 그간 일해온 방식, 나의 성향, 생각, 그간의 경험 등과 지금 속한 회사의 일하는 방식, 원하는 방향, 내가 해야 할 일 등을 온전히 체감하고 정립(?)하는 과정이다.
게다가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민을 거쳐야 하고, 그 시간이 쓸데없었음으로 결론이 날지언정 그래야 한다. 그냥 해보면 되지 무슨 고민을 하냐고라도 물을 수도 있겠지만, 부딪혀보면서 익히는 것과 별개로 정체성을 찾아야 일의 동기부여가 된다고 할까. 그렇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요즘 다시 그런 시간을 마주해서인지, 이전 동료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찰떡같이 알아듣는 그 호흡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늘 잘했다."
지금은 다른 회사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든든한 전 직장 동생의 댓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령 잘 못했다고 하더라도, 부족한 것 투성이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봐준 것 아닐까. 나라는 사람을 알고, 일에 대한 태도를 알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래, 그럼 되겠다는 마음이 갑자기 생겼다. 그 태도와 열심을 적응이라는 굴레에 가두지 말자고. 이젠 나올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