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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제이쿠 Sep 25. 2021

삶의 대가


명절에 짧게나마 할머니 댁엘 다녀왔다.

사실, 할머니는 연로하신 것도 있지만 약간의 치매 증상 때문에 명절 인지도 모르셨다. 부모님이 말씀을 드려도 금세 잊어버리신다고 했다.


음식 솜씨 좋던 할머니가 요리방법을 잊어버려 음식을 할 수가 없고, 아궁에 물을 끓여 나물을 삶으니 "제사 안 지낸다고 하더니 왜 준비를 하냐"라고 하시더라. 그건 기억이 떠오르신 듯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온 집안 식구 먹을 나물을 삶던 명절의 기억 말이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으시다.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때론 열심히 산 삶의 대가가 슬픔과 아픔이냐고 반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할머니의 정직한 삶을 알고, 그 아픔을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 자녀들이 있고, 그 삶을 잊지 않으려는 후손들이 있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가 하고.


결코 삶의 대가는 건강이나 재물로 측량할 수도, 눈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는 것. 이 모든 과정에서 더 사랑하고, 기도하고, 서로를 그리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인생으로 성숙하게 하시는 것만으로도 큰 복임을.


"하나님, 할머니의 남은 인생의 여정이 평안으로 가득케 해주세요. 근심과 걱정은 사라지고 사랑한 기억만 남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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