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전 회사 선배님이 있다. 종교도 다르고, 나이 차이도 있고, 일하는 분야도 다른데 어떻게 그렇게 거리감 없이 대해주시는지, 가끔 만나 식사하고 차 마시는 그 시간은 듬뿍 받기만 하는 느낌이다.
몇 주 전,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는데, 그러셨다. "우리 고생하며 하는 여행 한번 해볼래?" 목적지만 두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지도를 보며 찾기도 하고, 물어물어 도착하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씀하셨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몰랐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이런 점은 별로네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더 친해지는 과정 아니겠냐"라고.
충분히 공감하는 말이었다. 회사에서 만나 너무 좋은 선후배로 알고 지내지만, 밥 먹고 차 마시고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 외엔 애써 시간을 만들지 않고서야 앞으로 만나도 똑같은 만남의 모습일 것이다.
함께 이런 걸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지만 더 많은 감정과 시간을 나눠야 하고, 합을 맞춰야 하는 일들엔 주저하는 건 당연한 마음일 거고.
나는 먼저 그런 제안을 꺼내 준 게 한편으론 고맙고 대 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말일 테니까. 한 번도 그런 경험을 나누지 않은 사람에게 제안을 한다는 건, 내 기준으로만 봐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함께 경험하는 것. 좋은 기억이든 안 좋은 기억이든, 단점이든 장점이든 서로를 알아가는 수많은 상황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 사람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려면 어쩌면 단점까지도 드러나는 게 당연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쌓은 관계라면 단단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