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 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제이쿠 Dec 14. 2021

친밀해지는 단계

좋아하는  회사 선배님이 있다. 종교도 다르고, 나이 차이도 있고, 일하는 분야도 다른데 어떻게 그렇게 거리감 없이 대해주시는지, 가끔 만나 식사하고 차 마시는 그 시간은 듬뿍 받기만 하는 느낌이다.


  ,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는데, 그러셨다. "우리 고생하며 하는 여행 한번 해볼래?" 목적지만 두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지도를 보며 찾기도 하고, 물어물어 도착하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씀하셨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몰랐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이런 점은 별로네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더 친해지는 과정 아니겠냐"라고.


충분히 공감하는 말이었다. 회사에서 만나 너무 좋은 선후배로 알고 지내지만, 밥 먹고 차 마시고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 외엔 애써 시간을 만들지 않고서야 앞으로 만나도 똑같은 만남의 모습일 것이다.


함께 이런 걸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지만 더 많은 감정과 시간을 나눠야 하고, 합을 맞춰야 하는 일들엔 주저하는 건 당연한 마음일 거고.


나는 먼저 그런 제안을 꺼내 준 게 한편으론 고맙고 대 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말일 테니까. 한 번도 그런 경험을 나누지 않은 사람에게 제안을 한다는 건, 내 기준으로만 봐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함께 경험하는 것. 좋은 기억이든 안 좋은 기억이든, 단점이든 장점이든 서로를 알아가는 수많은 상황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 사람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려면 어쩌면 단점까지도 드러나는 게 당연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쌓은 관계라면 단단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믿을 사람 하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