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30년 하고 정년퇴직한 아빠는 그 이후론 쭉 농사를 짓는다. 애 키우고 살림만 하던 우리 엄마도 물론이고.
새벽엔 부부가 아파트 뒷산에 올라가 배드민턴을 치고, 아침밥을 해 먹고 시골 농사 현장으로 간다. 엄마가 그러더라.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고 하는 일이라 즐거움이 있다고.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다. 아빠가 퇴직하고 농사짓겠다고 했을 때 "야야 네가 무슨 농사를 짓노"라고. 추석 연휴 때도 할머니 댁을 가면 다들 일손 돕기 바쁜데 우리 아빠는 그런 걸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사진 찍기 바빴다. (덕분에 이런 적도 있었구나라고 기억하지만)
요즘 몸은 힘들어도 그 삶이 얼마나 뿌듯할지 생각하게 된다. 좋아하는 음악 실컷 들으면서 일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좋냐고 늘 자신의 직장과 업에 대해 감사해했다. 하지만 그 고군분투 현장에서 느끼는 고단함은 언젠간는 벗고 싶지 않았을까. (일 할 수 있어 감사하고. 일을 함으로써 더 성장하는 건 있지만 부족함은 늘 따라오고,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일을 찾고자 하는 게 요즘 선후배들과 나눈 공통된 감정이라서 그런가.)
"위치와 자리에 연연하지 마라. 때가 되면 하나님이 높이실 것이다. 하지만 너가 그 자리에 올랐을 때 누구나 합당한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라." 아빠가 늘 하던 말이다.
뿌듯함과 고단함, 기쁨과 감사, 그 모든 것이 곧은길을 위한 것이었고, 새벽마다 기도의 자리에 나간 것도 그것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어른이 되면서 알겠더라. 그 길을 함께 묵묵히 따라가 준 엄마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고.
퇴근길, 이런 주저리주저리를 쓰는 건.
그래도 삶의 본보기가 된 부모님이 계시고, 삶의 중심이 되는 말씀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새로워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 어떤 환경이든 파이팅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