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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제이쿠 Apr 11. 2023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떨어지면 안 돼”

20년 지기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멀지도 않은 거리에 살면서 몇 년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대학교 1학년 말즈음이었나, 친구가 다른 진로를 선택하겠다고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것도 신방과에서 간호사로. 친구들 모두가 의외의 선택에 놀랐다.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성격에 누가 봐도 PD나 기자가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말이다. 결국은 간호대학에 입학을 했고, 지금까지도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나:  “나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게 있어. 그때 졸업 앞두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너가 싸이월드 방명록에 “다른 사람은 다 떨어져도 넌 안된다”라고 남겨줬던 거“.


친구: “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 나 아무한테나 기대 안 한다?”


지금도 그 말이 잊히지 않는 거 보면, 문장 하나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사실, 요즘 모든 게 일로 엮여있는 관계 속에서 정말 나에 대해 잘 아는 친구를 만나 쏟아지는 걸 쏟아내고 싶었다. 정말 뭔지는 모르지만 쏟아내고 싶은 그 마음을.


“언제든 이야기해”라며, 친구는 육아의 현장으로 나는 나대로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버스가 떠날 때까지 손 흔들어주는 그 모습이 왜 그렇게 따뜻하던지.


“자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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