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겨울은 애매하다.

by 다빵

부산의 겨울은 참 애매하다. 아주 춥지도,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다. 그 애매함 때문에 아침부터 작은 판단들을 할 일이 계속 생긴다. 오늘은 뭘 먹여야 하나, 아이들 겉옷은 뭘 입힐까.

올해는 더 정신없었다.

유치원생이던 둥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셋의 스케줄이 서로 물리고 꼬이면서 그 틈을 비집고 맞추려고 했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내가 원해서 자처한 거라 뭐라 불평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12월이 됐다.


지난주 첫째는 자기가 하고 싶다던 영어학원의 겨울특강에 동그라미를 쳐왔다. 가성비가 꽤 괜찮았고, 아이가 애착을 가지고 다니는 학원이지만 내심 딴 계획이 있었던 내가 "너 이거 하면, 다른 그거는 못하는데?" 하니 잠깐 고민하다가 괜찮다고, 이거 하고 싶다고 답했다. 굳이 더 얘기할 필요도 없이 그러라고 했다.


둘째는 여전히 예민하다.

자기가 발표하고 싶어도 반 친구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게 싫다고 하는 아이.

학교가 재미있진 않은데, 늦게 가면 다들 앉아있는데 자기를 쳐다보게 되니깐 그게 싫다고 말하는 아이.

친한 절친을 만들고 싶지만 노는 스타일이 맞지 않아 결국은 혼자 놀고 자기는 외로운 아이라 하는 아이.

그러려니 넘겨도 될텐데 보통의 경우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 같다.

어른의 기준으로는 ‘참아도 되는 일’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하루를 버티는 일이기도 하니까.


셋째는 웃기다.

쉽다 싶으면 시시하다 하고, 조금 어렵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뒤로 빠진다.

집에서는 나한테 "조용히 좀 하자." 라고 듣는 아이인데, 밖에서는 말을 거의 안한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집에서는 말을 좀 하나요?" 이다. 우리집에서 제일 수다쟁이인데....


셋을 보고 있으면 잘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다가도 금방 흐려지고, 그게 또 괜찮다가 말다가 한다.

부산의 애매한 겨울처럼 애들도 나도 애매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뭐, 그러면서 시간을 또 보내겠지.

크게 다르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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