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직장인의 운동과 함께하는 삶
테니스는 단연코 지상 최고의 운동입니다.
취업한 뒤로 뭔가를 4개월 이상 꾸준히 지속한 적이 없었다. 여러 번 시도했으나 열심히 돈 벌고 주위 사람을 사랑하며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나의 계획은 무산되었고 의지를 상실하곤 했다. 문득문득 무언가를 정말 잘하는 사람을 보면 멋지다. 그래서 부럽고 나도 뭔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뭐라도 잘해야지, 스스로를 다그쳤던 것 같다.
하지만 한 취미를 꾸준히 해서 고수가 되는 것만이 의미가 있을까? 나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관심이 생기는 것들을 경험해보았고 그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더 알아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나 또한 (여러 가지를) 꾸준히 하고 있던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나 잘하고 있었구나!
프랑스에서는 100억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도 중산층이 아니다. 프랑스인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by 퐁피두 대통령-
1.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구사할 줄 알며
2.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3. 다룰 줄 아는 악기가 1개 이상
4.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함
5. 사회적 공분에 의연히 참여
6. 약자를 도우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
과연 삶의 질을 중시하는 나라다운 기준이다. 뭐 사대주의는 아니다만 위 기준에 낭만이 스며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 같다. 나는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데, 몸이 힘들 때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거나 의지를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입사 이후, 열심히 걸어 다녀도 살이 빠지기는커녕 복부 둘레가 조금씩 차올랐다.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했다. 직무 특성상 많이 걸을 때에는 2만 보도 넘게 걸었는데, 몸무게가 늘기 시작했다. 몸매 좋고 아우라 있는 멋진 아저씨가 되는 것이 꿈인 나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을 하는 동안에는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느껴지는 시원하고 부드러운 물살, 적당한 무게의 발차기, 숨이 차오를 즈음 물 밖으로 숨을 내뱉고 들이마시는 그 느낌. 다만 수영장은 우리 집과 멀었고 불규칙한 퇴근 시간 때문에 규칙적으로 다니기가 어려웠다. 나는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코어의 긴장감, 집중하며 느끼는 온몸의 균형 감각. 몸 구석구석 잔근육에 주의를 집중했고, 50분의 레슨 후에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근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늘릴 수 있고 숨과 몸의 동작에 집중해야 하는 이 운동의 특징은 내 섬세한 성격에 딱 들어맞았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허리를 바닥으로 굽힐 때 손끝이 약 10cm쯤 땅에서 떨어졌었는데 20회 정도의 레슨 후에는 손끝이 땅에 닿아 신기했다. 다만 레슨비가 부담스러웠을 뿐, 그래도 이 경험을 바탕으로 몸을 움직이는 감을 익혀서 요즘 셀프 요가를 한다.
그래, 남자다워져 보자.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1대 1 피티를 받으니 확실히 어느 정도로 운동을 해야겠는지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던 '이 정도면 됐지'는 그만둘 정도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걸 이겨내는 강도로 하니 몸도 조금씩 반응하며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문제는 시작한 지 두 달쯤 지났을 즈음, 코로나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어느 정도 무시하며 피트니스 클럽에 나갔으나 회사에서 확진되는 분들이 생기면서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 크게 이슈가 되다 보니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피트니스도 나가지 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쉽기도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고통받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라 생각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는 테니스라는 굉장히 행복한 취미를 발견하게 되었고, 약 1년째 레슨을 받고 있다. 물론 실력 면에서 나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좀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평생 하는 운동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즐겁게 하려고 마음먹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내게 딱 맞는 운동이어서 즐겁기도 하고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모티베이션으로 작용한다. 지상 최고의 공놀이. 앞으로 테니스에 관한 글도 써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