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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Mar 06. 2022

백록담아 기다려라 나 연차 3일 썼다

우여곡절 끝에 성판악 등산코스 예약 성공

다음 주, 2월 넷째 주에는 연차가 예정되어있다. 1월에 계획한 일정이다. 머리도 비울 겸, 운동도 할 겸 오랜만에 등산이 하고 싶었고, 아름다운 한라산으로 가고 싶었다. 19년 1월, 겨울의 백록담은 정말 멋졌다. 내 인생 최초의 백록담. 생각보다 커서 신기했다. 웅장하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는데 아마 백두산에 가면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백록담보다 정상의 풍경이 더욱 신비롭게 다가왔다. 고산 지대에서는 나무가 낮게 자란다고 고등학생 시절 생물 시간에 배웠던 것 같은데 이론이 눈앞에 펼쳐지니 신기했다. 백록담 근처에 가니 나무와 식물들의 키가 작아져서 마치 내 키가 185cm을 넘어버린 느낌이었다. 마치 나만 가만히 있고 모든 사람이 뒤로 움직이면 내가 꼭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요즘은 등산을 위해서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던가? 누군가에게 들은 것 같다. 2월 평일인데 예약이 뭐 힘들겠어, 한라산 국립공원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다.(https://visithalla.jeju.go.kr/) 화면에 800/800 숫자가 보였다. 예약이 안된다. 나는 처음에 800개의 자리가 다 남아있다는 건 줄 알았다. 근데 그 반대였다. 알고 보니 얼마 전 MBC 나 혼자 산다에 전현무 씨가 한라산 등반 편으로 출연했단다. 힘들다고 드러눕고 징징대는 모습이 아주 이슈가 되었다고(내 의견은 아니다, 난 티브이를 잘 안 본다.). 근데 그 모습보다 한라산 겨울 설산의 아름다움이 전파를 타고 더 큰 이슈가 되어 예약이 폭발했다. 약 두 달 간의 예약이 풀로 차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상황에서는 종종 취소가 되므로 새로고침을 계속하다 보면 예약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약 3주에 걸쳐 생각날 때마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새로고침을 해봤으나 헛수고였다.


조바심이 나진 않았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냥 푹 쉬면서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며 지내면 그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예약이 (아마도)될 거라 믿었고, 내 예상은 휴가 3일 전, 역시나 실행되었다. 이전에는 원하는 일들이 있으면 당장 실행해야 하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조바심도 많이 났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사회생활 8년 차)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법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세상에는 내가 아무리 기를 써도 되지 않는 일들이 있고(이상하게 힘을 쓸수록 더 꼬인다) 내가 아무리 하기 싫어도 하게 되는, 해야만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그냥 평소와 같이 생활하면서 취미처럼 생각나면 들어가서 새로고침을 해보았고 결국 휴가를 3일 앞두고 06시 타임 예약에 성공했다. 이제 숙소를 알아봐야 한다. 귀찮은데 내일 알아봐야겠다. 나를 위한 자리 하나쯤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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