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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Mar 10. 2022

행동의 품격

아 열 받아… 괜찮아 잘했어

오늘 테니스 레슨을 받으러 갔는데 먼저 어떤 아저씨가 먼저 공을 치고 있었다. 코치님이 나에게 뒤쪽을 맡으라 하셔서, 내가 코트 우측 뒤에서 포핸드를, 그분은 좌측 앞에서 발리를 맡아 듀엣으로 레슨을 받았다. 레슨 중 코치님이 전국대회 준우승했던 사람이 이것밖에 못 치냐며 한 걸로 미루어보아 꽤 실력자인 듯했다.


레슨을 마치고 함께 귤을 까먹으며 잠깐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이 분은 내게 얼마나 쳤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1년 좀 안되게 배웠다고 답했다. “어제 오셨던 분이죠?”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분은 지나가는 말로 어제 되게 못 치던 분 있던데 내가 오해했네 하면서 혼자 웃었다. 옆에 계시던 다른 분이 멋쩍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말을 왜 그렇게 해요~ 오늘 가서 일기 쓰겠다 빨간 글씨로.” 나는 태연하게 답했다. “뭐 십 년도 넘게 치셨고 준우승까지 한 분에는 당연히 그렇게 보이겠죠. 허허.” 그 후 별로 유익하지 않았던 몇 마디 대화를 좀 더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왔는데 도리어 불쾌함이 크게 느껴졌다. 알랭  보통 말에 따르면 사람은 본인이 노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방은 아무렇게 넘길  있지만 본인이 노력한 일에 대해서는 참을  없다던데, 정말 통찰력 있는 말이다. 나는 요즘 한창 열심히 (진심으로) 테니스를 배우고 있던 것이다. 나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한마디   가지고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소중한 주말에까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다는  신기할 만큼, 진심  받았다. ‘아니 10년을 넘게 쳤는데 그것밖에  치시나? 그리고  그렇게 비하를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웃는 얼굴로 넘겼나 하는 생각이 어렴풋이 스쳤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성숙하지 못한 이구나 깨달았다. 예전 같았으면 한마디 쏘아붙일걸이라며 아쉬워했겠으나 요즘그렇지 않다. 그냥 웃는 얼굴로 넘긴 행동이  품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욕하는 사람에게 똑같이 욕을 하는  순간의 욕구를 해소할  있을진 모르나 사실은 자신의 품격을 깎아내리는 일이다. 중학생 보고 어리다고 비아냥거리는 어른은 멋지지 않다. 그런 어른을 만날    있는 가장 현명한 행위는 그냥 모른 체하는 일일지도 모른다(신체에 위해를 가하려고 하지 않는 ). 나는 현명한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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