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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Jul 26. 2022

세침검사 후 첫 외래 방문기

5단계 진단 그 이후...

아침 일찍,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강북삼성병원은 08:30부터 진료여서, 회사에는 사정을 말해놓고 조금 늦게 출근하기로 했다. 기다리던 시간이 되었다. 나는 첫 번째 진료자였고 교수님은 사진을 보며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크기는 0.5센티로 크지 않은데요, 모양을 보면 영락없는 암의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떼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으나 제 경험상 이는 대부분 암이었습니다. 그리고 위치가 기도 바로 옆이라 이 경우에는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합니다. 왼쪽에는 의심되는 결절이 없으므로 오른쪽만 반절제로 진행하겠습니다. 호르몬제를 평생 먹지는 않아도 될 확률이 큰데, 이는 수술 후에 지켜봅시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교수님의 말에, 마치 신도라도 된 것 마냥 신뢰감이 불쑥 생겼다. 설명 중, 옆에 있던 간호사는 익숙한 듯 옆에 있던 파일을 펼쳤고(아마 수술 스케줄표였던 듯 싶다), 교수님은 9월 5일에 수술하자고 했다. 필요하다면 수술 날짜까지 잡고 와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이렇게 진행이 빠르다니? 역시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회사에서의 업무를 고려했을 때 11/12월이 피크로 예상되었으므로 가급적 빠른 일정으로 하고 싶었던 터라 잘 됐다고 생각하여 곧바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미세 유두암인가요?여포암인가요?다른 병원을 가봐도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할까요? 집 근처에 아주대병원이 있는데 아무래도 병원 방문이 용이한 그곳에도 한번 가보려고요 등등 준비해온 질문들이 있었으나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라는 직감이 들었다. 엄마의 담낭암 투병을 옆에서 함께 겪으며 현대 의학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기에(교수님도 명확히 해줄 수 있는 말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보를 많이 안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님을 알았다. 다만, 나의 수술 여부를 의사결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알면 되겠다.


자, 이제 수술까지는 약 1달 반이 남았다. 교수님을 만나고 오니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마음이 한껏 홀가분해졌다. 그럼 이제 임신 중인 사랑하는 아내도 잘 챙겨주고 나도 스스로 잘 지내다가 수술을 받고 오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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