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은 마치 하나의 세상과 같다. 그 안에서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1천만 원짜리 물건을 판매하면서도 문의는 일절 하지 말라는 둥 쩨쩨하게 굴고, 누구는 단돈 2천 원짜리 물건을 판매하면서도 굉장히 친절하다. 누군가는 종종 무료로 나눠주는 대범함까지 보인다.
당근에서 겪은 사례들을 몇 가지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찔러보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판매자
- 물건을 사는데 질문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심지어 남이 썼던 물건인데 말이다. 이런 판매자들은 애초에 '저는 친절하지 않습니다.'라고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므로 이런 사람에게 친절을 기대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 아이러니하게도 이 유형의 판매자들은 제품 정보를 상세하게 기재해놓지도 않아 질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옷가게에 가면 매장을 나오기 전에 무조건 뭐라도 사서 나오시나요? 편의점은요?
- 다만, 유명한 제품이라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그리고 누가 봐도 하자가 없는데 시세 대비 저렴하게 올려놓은 경우는 인정한다. 애초에 번거롭고 싶지 않아서 좋은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니까.
2. '백의의 천사' 판매자
- 어떤 분들은 무지막지하게 친절하다. 얼마 전 이태리 아르떼미데 사의 네시노 램프를 당근에서 구매했다. 당연히 오리지널이고 컨디션도 좋아보였다. 그런데 판매자님은 아무래도 플라스틱 제품이다 보니 흠집이 있습니다. 만나서 상세히 보시고 구매 결정하시라며 우려를 표했다.
-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아 문고리 거래를 했는데 박스만 개봉한 새 제품이었다. 백화점에서 구매하더라도 공장에서 나올 때 잔기스는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이분은 혹시 회사에서 QC를 담당하시나... 이렇듯 모두의 기준은 다르다.
3. '문고리 거래'만 하는 판매자
- 문고리 거래는 판매자 입장에서 진리다. 제품을 적당히 쇼핑백에 넣어서 내 집 앞에 걸어만 두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구매자가 먼저 입금도 해주고, 와서 가져간다.
- 구매자에 따라 물건을 보고 입금해주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시세 대비 내가 파는 물건에 따라 방법을 결정하곤 하는데,내 물건의 가격이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선입금을 받는다. 왜냐하면 구매자의 변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바뀔 수 있겠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거래 중 잠재 고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선입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심리학적으로도 사람이 뭔가 투자를 한 경우 만족도와 구매율 모두가 올라간다고 한다. 여기서 투자는 금전뿐만 아니라 시간도 포함된다. 즉 물건을 사러 멀리까지 온 경우 (나도 모르게)물건을 살 가능성도 높아지고 구매 후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이렇듯 의미부여의 동물이다.
- 판매자는 빠르게 돈도 받고 물건도 내놓을 수 있어 좋고 구매자는 택배를 기다리지도 않아서 좋다. 당근의 장점이 극대화된 거래 방법이 문고리 거래가 아닌가 싶다.
- 보통 문고리 거래는 구매자가 아쉬운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국인들의 급한 성미도 한몫하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