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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르페디엠 Nov 12. 2022

갑상선 반절제술 후 달라진 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주!

병가를 제출하고 쉬었던 한 달 그리고 업무 복귀 후 한 달. 수술한 지 벌써 2달이 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체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수술 전후 차이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매일 아침 공복에 신지로이드를 챙겨 먹고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비타민을 아침저녁으로 먹는 것. 둘째, 회사 점심시간을 바꾼 것. 이 시간에 매일 운동하고 죽/닭가슴살로 점심 메뉴를 바꾸었다. 셋째,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즐기고자 노력하는 것. 내게 주어진 인생을 더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결심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를 다니는 이 시기를, 일하는 시간을 단순히 돈으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로 써먹기로 마음먹었달까.


이는 아마도 지금 회사에서의 내 위치에서 배울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일 테다. 우리 회사의 규모는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 가령 오랜 기간의 노하우가 축적된 회사의 시스템을 배울 수도 있고, (아주 바쁜)남들과 협업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부서 이동을 6번 정도 하면서 체득한 사실은 남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내가 필요할 때에도 동료들에게 흔쾌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때에는 별 수 없이 100% 타인의 가르침으로 시작하지만 몇 달 정도 지나 실무 지식이 쌓이다 보면 나만 아는 요소들이 하나 둘 생긴다. 인간은 각기 잘하는 일들이 다르므로 당신이 업무에 진심으로 임한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나의 경우 이를 감사한 사람들에게 알리는 편이다. 도움을 줬던 분은 물론이거니와 평소 친해지고 싶던 분들께도 알리다 보면 자연스레 관계도 형성되고 서로 연락이 닿을 때 즐거운 마음생기는 동료 사이로 발전했던 것 같다. 특히 야근 시즌에는 동질감도 더 느끼고 고민하는 바를 공유하다 보면 전우애마저 생겼다.(언제나 응원합니다. 이번 시즌도 잘 버텨보시죠... 또륵)


사내에 사람도 많고 일도 많은 편이라 출근하면 정신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루한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내 성향과 꽤 잘 맞다고 생각한다. 종종 지쳐서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지루한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난 아직 젊으니까.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할 필요까진 없으나, 젊은 시절 돈 받으며 하는 빡센 경험은 50대의 나에게 분명 큰 영양분이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20년간 1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했다고 한다. 그러니 그렇게 대단한 성과를 낼 수 있겠지. 남들의 주당 40시간 대비하여 그가 쏟아부은 노력을 생각한다면 40년 이상 일한 것과 다름이 없다.


맡은 일을 하며 내가 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고, 일정한 역할 이상을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내게는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이는 내가 맡은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관심사와 현 직무가 align 되다 보니, 업무를 하면서 흥미도 느끼고 자의적으로 내부 기준에 대해 더 알아보고 트렌드 및 관련 법령을 찾아보기도 한다. 적극적인 사람은 멋지다. 왜 멋질까,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무언가에 대해 탐구하고 남들보다 더 깊숙이 알아내어 자신만의 내공을 갖추기 때문일 것이다.


수술 후 무리 말라는 주변의 조언도 많았지만, 그리고 너무 무리하지는 않아야지 라는 다짐도 있었지만 다행히 체력은 잘 따라와 주고 있는 듯하다. 점심 운동을 지속하는 한 체력은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술 전 부대찌개/돈가스/제육덮밥... 등 맛있지만 자극적인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시간에 더부룩한 위장과 쏟아지는 눈꺼풀로 허리도 아프고 몸이 찌뿌둥해서 정말 힘들었는데(이상하게 과자도 엄-청- 당기더라), 요즘에는 운동 후 죽 한 개, 닭가슴살 한 팩을 먹는다. 식사 후에는 몸도 아주 개운하고 또 심플한 재료 본연의 맛이 그렇게 좋다. 죽의 부드러운 촉감, 쌀 고유의 달달함과 감칠맛. 우리 회사에서는 된장죽, 매생이죽, 전복죽, 닭죽, 호박죽 등 매일 죽의 메뉴도 바뀌는데 '오늘은 무슨 죽이 나올까?' 생각하며 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닭가슴살 팩을 손으로 꾹꾹 눌러 잘게 자르고, 죽 위에 투하해 같이 먹곤 한다. 건강해진 것만 같은 심리적 만족감은 덤이다.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면 오후에 굉장히 졸릴줄 알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후 업무시간이 전혀 피로하지 않다. 오히려 가벼운 몸에 에너지가 충만하고, 업무 집중도도 상승해서 컨디션이 좋은 만큼 효율도 높아졌다.


운동을 정말 꾸준히 한다고 동료가 감탄했다. 나는 말했다. 이건 마치 술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무엇보다 즐겁고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좋다고 말이다. 나에게 운동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술 약속과 같다.


취하지 않은 지 두 달 된 지금, 취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만큼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걸까? 어딘가에 취하는 건 참 좋은 것이다. 취한다는 건 잊는다는 거다. 현실을 잊고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내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느끼는 것. 아니, 진정 세상의 일부가 되어 나 자신이 세상이 되고 세상이 내가 되는 물아일체를 잠깐이나마 맛보는 것... 마치 안나 카레니나 속 레빈이 농부들과 함께 목초를 베며 느꼈던 감정처럼 말이다.


이는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일 거다. 가급적 알코올보다는 취미가 좋겠다. 어차피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몸뚱이가 있어야 할 테고 몸은 체력이 좋을수록 편안하게 존재하는데 유리하니, 운동은 아주 훌륭한 취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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