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삶 #0. 에필로그
누구나 자유를 원한다.
살면서 부자가 되기 싫다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뭘까? 단순히 돈을 많이 가지고 싶어서? 돈이 많다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어서? 아마 모두 정답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이용하여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고 또 경험하고 싶은 일들에 도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돈이 충분하면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지 않은 일(시간 소비)을 하며 돈(수단)을 번다.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는 것일까? 그리고 하기 싫은 것들을 해야만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결국에는 할 수 있는 것일까?
전자공학도로 대학생활을 하던 당시, 교수님은 공학인증이 꼭 필요하다고 하셨다. 주위 친구들은 '남들이 하니까' 대부분 공학인증을 취득하기 위해 전공 수업도 아주 많이 듣고 여러 과제를 수행하며 포트폴리오를 쌓아 나갔다. (나는 08학번인데)당시 공학인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약 15센티 정도 되는 포트폴리오를 가득 채워야 했는데 그 두께가 어마 무시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스무살 나는 대구, 광주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렸고 신문방송학과, 산업디자인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을 만나며 대화하고 함께 지내는 것이 공학적 이론을 쌓는 일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래서 공학인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2가지는 꼭 지키자라는 다짐을 했다.
첫 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영어 공부 놓지 않기, 두 번째는 계절학기와 재수강 안 하기였다. 전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으므로 지하철 이동하는 동안 Fox news radio를 듣는 등 꾸준히 공부를 해서 호주 브리즈번으로 워킹홀리데이도 다녀왔고,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SEPA에서 한 학기 간 Marketing Intern으로서의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후자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이었으므로 되도록 시험 기간에는 공부에 집중을 했던 기억이 있다. 졸업 시 전공 평균학점으로 4.0 언저리였으므로 이 정도면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과연 취업 준비 시 공학인증을 하지 않았던 내가 다른 동기들보다 불리했을까? 답은 No. 였다. 나는 12개의 회사에 지원했고 8개의 회사에서 1차 서류전형을 합격했다. 당시 3개 이상의 기업에 합격한 친구는 적어도 내 주위에는 드물었다. 전공 지식으로만 보자면 나보다 훨씬 뛰어난 친구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생활 내내 원하는 만큼 놀고 공부하던 내가 결국 더 좋은 결과를 내었던 것이다.
(LG인적성, SSAT, HMAT, SKT 인적성에 응시했었는데 SKT에서만 탈락했다. 따흑)
한 사례를 가지고 섣부른 일반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원하는 것(취업)을 얻기 위해 무조건 공학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진심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를 좋아해서 영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게 되었고, 호주에서 허드렛일을 하다 보니 정식 office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이에 인턴십까지 떠나게 되어 Massachusetts에서 온 Albert와 룸메로 살면서 영어 실력 향상은 물론 젊은 날의 잊지 못할 추억까지 쌓을 수 있었다. 이 경험은 취업을 준비하는 데에도 정말 큰 도움을 주었다. 당시 공대생 중에 영어 프리토킹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던 것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는 회사의 노예야 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할 때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수많은 과제 속에서도 동기들과 술 한잔 하고 또 산책하던 대학 생활처럼 말이다.
꿈꾸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은 소중한 존재고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주 훌륭하다고. 그 꿈을 잃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행동한다면 언젠간 꼭 이룰 수 있다고 말이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고픈 대로 살기 시리즈 #0. 에필로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