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했던 자연분만 출산기
남들 다 하길래 쉬운 줄만 알았지
지난 3월 4일 토요일 11시 57분, 아들이 세상에 나왔다. 아이를 만난 기쁨도 잠시, 아내는 지혈이 되지 않아 혈압이 많이 떨어지고 몸이 하얘졌다. 눈도 제대로 못 떴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처럼 보여 내가 크게 놀랐다. 의료진은 긴급히 혈액을 공수했고, 출산 시 봉합했던 부위를 재시술하기 시작했다.
긴급 조치가 끝난 후, 담당 의사 선생님은 대학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출혈이 멈추지 않을 시 색전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해당 시술을 위한 기계가 대학병원에만 있다고 했다. 색전술은 출혈이 있는 혈관을 찾아내고, 인위적으로 해당 혈관을 막아서 지혈하는 시술이다.
색전술 시행 시 혈관을 인위적으로 막으므로 자궁이 괴사 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 출혈을 막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으므로 이는 최선의 조치다. 그렇지 않으면 자궁을 드러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대학병원 응급실 전원 후 의료진은 긴급 CT를 촬영했고, 다행히 출혈이 콸콸 있는 부위는 없어서 색전술을 시행하기보다는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대학병원에는 혈액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수혈도 언제든 받을 수 있어 다소 안심이 되었다. 대학병원으로 와서 보니, 선생님 및 간호사들이 친절하신 정도가 감동할 만큼 상당했다. 우리가 다니던 산부인과도 경기권에서는 탑 급의 규모였는데 역시 대학병원은 대학병원인가 보다. 자세한 설명과 친절하고도 세밀한 환자 케어에 아내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CT 촬영 후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서 둘이 남게 되었는데 아내는 응급실 침상 위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본인이 잘못될까 봐 무섭다면서... 그럴 리 없다고, 내가 함께 있고 또 여기 의료진도 계시니 문제없다고 안아주고 달래주었다. 당시 아내 앞에서는 씩씩하게 말하고 응급차로 산부인과에서 대학병원으로 이동할 때에도 평정심을 유지했으나 사실 나도 무지 무서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내가 잘못된다는 상상만 해더라도 눈물이 난다.
이 시간을 잘 지나고 아내는 잘 회복했고 내일모레면 산후조리원 퇴소를 앞두고 있다. 돌이켜보니 감사한 포인트들이 참 많았다. 첫째, 토요일 분만이어서 긴급 상황인 우리를 받아줄 수 있는 대학병원이 있었다. 일요일이었다면 담당 교수가 출근한 경우가 더 적어서 시간이 지체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점. 둘째, 출산이 토요일이었던 만큼 나는 월/화/수 단 3일만 연차를 냈는데 그동안 아내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는 점. 셋째, 아내의 담당의 선생님이 베테랑이어서 전원시 직접 전화를 해주시고 또 긴급 대응이 원활하게 되었던 점. 넷째, 이 모든 과정 속에서도 금전적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상황과 우리나라의 굉장한 의료보험 시스템까지.
아내가 진정되고 나니 이제야 아이가 보였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 아빠가 사랑 듬뿍 줄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해!
ps. 가장 존경하는 직업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지체 없이 대학병원 간호사 선생님이라고 답하곤 합니다. 어머니의 투병 생활을 옆에서 함께하면서 이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았습니다. 의료 기술의 전문성, 강철 같은 체력과 정신력, 무엇보다도 환자들을 천사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모습들까지... 모든 역량을 갖춘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