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 끼고 살기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고자 발버둥 치지만 각자의 눈에는 안경이 쓰여 있다.
살다 보면 결이 잘 맞는 사람과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의 경우, 잘 맞지 않는 사람보다 잘 맞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성향 때문인 것 같다. 어울리는 데에 너무 큰 에너지가 필요한 사람은 내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자연스럽게 주위에 없었다. 그러나 직장 동료의 관계에서는 달랐다. 회사의 필요에 의해 정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하므로, 내가 선호하는 관계의 자연스러움 따윈 사치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당연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을 해야지.
의도가 좋았건 좋지 않았건, 상대방의 입장에서 별로였다면 별로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어떠한 행동을 했더라도 상대가 싫었다면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논리적 생각과는 관계없이, 선한 의도가 상대에게 그렇지 않게 받아들여진 것을 그냥 넘어가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세심한 성격인지라 가만히 있어도 센싱 되는 것들이 많다. 남들은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까지 배려하게 된다. 그 편이 편하다. 그런데 배려했던 상대방이 매너 없는 행동을 하면 짜증이 난다. 예를 들면 본인 감정을 마구잡이로 표현해서 내 기분까지 나빠진다던지.
그럼 그냥 그 사람한테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라도 친구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그런 조언을 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게 잘 안된다. 그냥...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매번 스트레스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참 고민이다. 지금으로서의 결론은 그냥 이 시기를 자아발전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상대에게 필요 이상으로 집중하기보다는 내 앞에 주어진 일에 집중하고, 단지 주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 마음을 쓰지 않기로 다짐해 보는 것이다. 분명 나도 누군가에게는 무심하게 행동했을 것이고, 상대방에게도 그렇게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었을 것이다.(혹은 그냥 지나가겠지 하고 있다.)
너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 사람은 그냥 그 사람인 것이다. 나는 나다. 그 다름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인생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산다. 인생이라 불리는 너무나도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각자의 색안경을 끼고 살아가는 것이다. 색안경은 너무 강렬한 햇살로부터 눈을 보호해 준다. 다만,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상대에겐 틀림일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일 것이다.
꼭 이래야 해.라는 믿음은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 다만 우리 서로에 대한 예의는 갖추자. 어떠한 이유로 기분이 나빴다면, 함부로 행동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점이 기분이 나빴으므로 앞으로 조심해 달라고 요청하자. 그 또한 성숙한 어른의 행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