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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Dec 05. 2023

우울증 약을 추천드려요

계획했던 모든 것이 틀어졌다



어쩌면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나는 우울증이야.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해.



병원에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신경안정제를 매일 먹으니 고비는 넘길 수 있었다. 힘겹게 마음을 다잡고 이전에 친구가 추천했던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신청했고 어렵지 않게 통과가 됐다. 돈은 떨어져 가는데 도저히 구직활동을 할, 일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에 이왕 이렇게 된 거 직업을 바꿔볼까 싶었다.


세무회계 자격증을 딸 목적으로 학원을 등록했고 오전 수업이었기에 아침마다 책가방을 메고 집 가까운 00 직업전문학교라는 이름의 직업, 기술학원에 등교하듯 출석했다.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였지만 열심히 들어보려 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또 문제가 생겼다.


아침에 학원에 가는 길에도, 수업을 들으면서도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재생되었으며 망가져버린 이 상황에 극심한 좌절감을 느꼈다. 결코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때때로 내 탓인가 자책하기도 했다. 위험하다. 약이 며칠 분 남았지만 예정보다 일찍 병원에 갔다.






우울증 약을 추천드려요



그 말을 듣자마자 '드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속에서 묘하게 '이제야'라는 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미루고 미뤘던 일을 해치우는 것처럼.

원장님은 강요가 아닌 권유의 언어로 처방을 하셨다.

아마 "세성 씨는 지금 우울증이니까 우울증 약을 드릴게요."라고 했으면 거부감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약은 그동안신경안정제처럼 하루 먹었다가 며칠 안 먹고 할 수 있는 약이 아니라 계속 드셔야 해요. 2주 정도 후에 효과가 나타나요."


"우리 피부에 상처가 나면 새살이 날 때까지 연고도 발라주고 해야 하잖아요. 마음에 상처가 났다고 생각하면 돼요. 서서히 아무는 거예요."




그렇게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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