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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Dec 07. 2023

해고 아닌 해고, 무너진 6개월

처음으로 당일 퇴사를 종용당했다



"오늘까지 하는 걸로 하고 일찍 퇴근해도 돼."



내일부터 다른 부서로 가서 일을 하란 말을 오늘 알려줬다. 

가기 싫다고 거부하고, 그럼 그만두겠다고 하자 사직서를 들고 오더니 작성하게 한다. 

이번 달도 아니고 이번 주도 아닌 오늘까지 하고 그만두란다.

심지어 퇴근 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일찍 퇴근을 하란다.




바로 짐을 쌌다. 일을 하면서 마시려고 두었던 커피와 차 등을 가방에 주섬주섬 넣었다. 

내 자리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자잘한 사무용품들도 집어넣었다. 

수간호사는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지키고 있는걸 넘어 감시에 가까운 시선을 보냈다.


"과장님한테 인사는 안 해도 돼. 부장님이 따로 말할 거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먼저 인사를 막는다.

"아 그래요?"라고 답했지만 오기가 생겼다.  인사를 하고 가야겠다.


"저, 과장님께 인사는 하고 갈게요."

"아니, 하지 말고 그냥 가."


뭐가 그렇게 찔리는 게 있어 인사까지 막는 것인가. 어이가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짐을 다 챙기고 옷을 갈아입은 후 병원을 나왔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화가 나고 억울하고 갑자기 당한 해고 아닌 해고에 서러움이 폭발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서 한참을 울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바로 다음 날, 애인이 울적할 나를 위해 제주도 여행을 제안했고 3박 4일간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냈다.

별 일 없이 다녀온 여행. 정신없이 다녀온 여행에 꾹 눌러진 감정이 그대로 유지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일시적인 환기에 숨겨졌던 감정들은 기다렸다는 듯 세차게 튀어 올랐다.









억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고 밤에는 답답한 마음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잠을 자지 못했다. 처음으로 사람도, 일도 괜찮다고 느낀 곳이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으니 아무런 희망이 없어졌다. 죽고 싶었다.






"이번엔 마음 다잡고 진짜 열심히 해 보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되니까 너무 힘들어요. 살고 싶지 않아요."


"약을 추가할게요. 지금 위험한 상황인 것 같으니까 약 먹고도 변화가 없으면 언제든지 병원에 오세요."





다시 닥친 위기에 아슬아슬 외줄 타기 하듯,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방황의 기간이 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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