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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Dec 29. 2023

위기가 올 때마다 숨구멍이 됐던 것

유일한 관심사

바닥에서 몸을 뗄 수 없을 때가 있다. 손 하나 까딱하기 싫고 잠만 자고 싶을 때, 우울의 정도가 최상위권일 때가 자주 있다. 나중에는 살기 싫은 마음까지 드는, 위험한 기간이 내겐 왕왕 찾아온다.


그때마다 숨구멍이 됐던 건, 글쓰기였다. 그것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커다란 동력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첫 글쓰기 모임은 2019년 초겨울이었다. 네 번째 퇴사 후에 쉬고 있을 때였다. 문득 '글쓰기 모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쓰고는 싶은데 혼자 쓰는 것은 의지가 박약해 힘들고 무엇을 주제로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글감이 정해지고 함께 쓰는  글쓰기 모임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 지역에서 하는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 하나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 그동안 쓴 글 한편을 가지고 합평을 하고 글쓰기 수업 비슷한 걸 했다. 끝나고 나선 썼던 글을 모아 편집 과정을 거쳐 한 권의 단편집을 만들었다. 출간기념회로 식당에서 만나서 책을 나누고 맛있는 것도 먹었다.


그 모임을 하고 많은 것을 얻고 깨달았다. 우물 안에 있었던 나는 내가 꽤 글을 잘 쓴다고 여겼지만 밖으로 나와보니 나보다 훨씬 풍부한 감성과 글솜씨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충격을 받아 감기에 걸렸다는 핑계로 한 번 나가지 않은 적도 있다.


함께 쓰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처음엔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필요한 것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되었다. 내 글의 장단점을 알 수 있으며 그것을 토대로 살을 붙이고 빼면서 더욱 질 높은 글이 될 수 있었다.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 이후 코로나로 자연스럽게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로는 온라인 카페, 카카오톡 단체방 등을 통해 모임을 진행하는 곳에 참여했다. 그다음엔 크기를 키워 내 글만 들어간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도 했다. 그때는 크게 안 좋은 일이 있을 때여서 정말 울면서 썼던 기억이 난다.


올해 해고를 당하고 쉬고 있을 때도 어김없이 글쓰기 모임을 찾았다. 무려 세 개를 동시에 진행했다.

모두 다른 유형의 모임이었다. 두 가지는 어렵지 않게 완주하여 글 모음집을 받을 수 있었고, 하나는 안타깝게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셋 다 매일 글쓰기가 과제였는데, 두 개는 짧게 써도 되었지만 하나는 어느 정도 분량이 있어야 했기에 버거웠던 것 같다.


세 개를 한꺼번에 진행한 것이 욕심이었나 싶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물론 매일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최근에는 메일로 글감을 받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메일링글쓰기'를 했고 지금은 컨셉진에서 운영하는 '인터뷰 캠프'에 참여 중이다. 역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글쓰기모임이다. 매번 새로운 글쓰기 모임을 발견하고 참여하는 것은 언제나 짜릿함을 선사한다.






내게 글쓰기 모임은 한 번도 안 했으면 안 했지, 한 번만 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힘든 시기가 올 때마다 글쓰기 모임에서 글을 쓰며 위안을 받고 성취감을 얻었으며 자존감을 찾았다.


이번에 브런치스토리 작가에 다시 도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는 것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우울해질 뻔하다가 내겐 목표가 있어야 삶이 살아진다는 것을 느끼고 목표를 잡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합격할 수 있을까, 어떻게 써야 합격하는 글이 될까 연구하고 생각하면서 다른 생각은 하지 않게 됐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서 잡생각이 들지 않아 좋다.



좌절하고 눈물 흘리고 상처 입어 아픈 와중에도 떠오르는 것이 글쓰기였다. 글쓰기가 나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도록 작가가 되고 싶었고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었지만 현실이 마음 같지 않았다. 이제는 안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내겐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욕심 내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때로는 감정을 섞어서 담백하지만 위트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 글을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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